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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의 시대는 갔다" 국방기술에서 기회를 찾는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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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에서 실리콘밸리 큰 손 투자자들이 국방분야 벤처 회사에 점점 더 큰 도박을 걸고 있고, 국방에서 이들의 '침공'을 환영하는 것은 물론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있는 현실을 다뤘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런 변화의 근본적 원인인 미국 국방 분야의 혁명적 변화와 이 변화를 기회로 만들고 있는 회사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지난 한세기 동안 미국 국방이라는 시장(market)의 성격을 표현하라면 아마도 'Vendor Lock'일 것이다. 다시 말해 소수 회사들이 수직적으로 통합된 (vertically integrated) 솔루션을 장기간 독점하는 시장이었다는 얘기다.

일단 한 번 만들어서 납품하기 시작하면 몇 십년 동안 독점이 가능할 수밖에 없다. 무엇이든 수정, 변형, 또는 기능향상을 하려면 기존에 납품한 회사들만이 할 수 있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이런 비효율적인 시장이 장기간 가능했던 이유는, 구매자(국방부)가 적군 (특히 중국과 소련)보다 뛰어난 기술과 성능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시간과 돈을 용인하였기 때문이다. 예정된 개발기간과 예산이 초과될 때마다 미국 국회는 울며 겨자먹기로 빚까지 내 지원을 해왔다.

최근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차세대 전투기 (F-35) 개발프로그램은 예정보다 무려 8년 이상 늦어지고 있는데, 예산 1650억달러를 초과했다고 국회예산을 감시하는 GAO (Government Accountability Office)가 지난 7월 발표했다. 달러를 마음대로 찍어낼 수 있는 미국이라고 해도 이제는 더 이상 이 모델이 가능하지 않다는 게 자명해진 것이다. 궁극적으로 구매자 (국방부) 입장에서는 이 폐쇄적, 수직적, 독점적인 'Vendor Lock'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장 큰 숙제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 변화는 처음에는 잔잔하게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거대한 폭풍으로 거의 모든 국방분야를 바꾸고 있다.

'Vendor Lock'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미래의 무기개발 체계를 '개방형'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오픈미션시스템 (Open Mission System)이라고 하는데 이 개방형 체계를 가장 강력하게 도입하고 실행하고 있는 'Joint All Domain Command and Control (JADC2)'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육해공군 및 특수부대 등의 지휘체계를 하나로 아우르는 거대한 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메인 모토 중 하나가 하드웨어/소프트웨어의 분리다. 즉, 소프트웨어를 납품하는 회사들과 하드웨어를 납품하는 회사들을 독립적으로 관리하고 경쟁시킴으로써 비용절감과 성능향상을 모두 얻어내겠다는 것이다.

두 번째 조건은 비국방분야에서 개발되고 있는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기술을 보안적으로 안전하게 도입할 수 있는 체계를 지원하는 것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고 있는 것이 놀랄만한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들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JADC2에서 현재까지 시연된 실험을 보면 50여 개의 회사가 그들이 만들고 있는 다양한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솔루션들의 상호 운영성 (interoperability)를 보여주었고 앞으로도 이런 '협력적 경쟁'이 더 많은 회사들의 참여 속에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전망이다.

실리곤 밸리 투자자 입장에서 인공지능에 집중된 개방형 개발방식과 조달 모델은 엄청난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비록 경쟁의 강도는 독점시대에 비해 훨씬 더 높아졌지만, Software-as-a-Service (SaaS) 시장에 익숙한 소프트웨어 회사들에게는 익숙한 환경이기에 이들이 활용할 이점만 더 늘어나게 되었다.

지난 3~4년 동안 이 기회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몸집을 불린 회사 중 하나가 Shield AI라는 회사다. 최근 2억5천만달러 투자유치를 성공적으로 클로징하여 회사가치를 10억달러로 만들며 유니콘에 올랐을 뿐더러, 이 투자유치를 기반으로 지난해 알파도그파이트 대회에서 인간조종사를 5대 0으로 이긴 회사인 헤론을 사들였다. 쉴드AI 및 헤론 모두 필자의 회사와는 소위 경쟁자이자 친구 (frenemy)관계를 유지하고 있기에 진심으로 축하도 해 주었다. 하지만 그들의 합병이 만들어낸 스케일의 차이에 긴장감도 엄청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우리 회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좋은 예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1부에서 언급한 팔랜티어와 앤드릴, 그리고 후발주자인 쉴드AI+헤론 및 필자의 회사 말고도 국방 Mission Autonomy 및 사이버보안을 타겟으로 하는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생겨나고 있으며 이들은 국방부에서 주최하는 피치 대회 등을 통해 이름을 알리면서 투자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컬럼 시리즈 마지막 (3부) 편으로 이 거대한 변화가 한국 국방시장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해 필자의 의견을 공유할 계획이다.

<류봉균 대표>
▶현 (주)세이프가드AI 창업자 겸 대표
▶현 EpiSys Science 창업자 겸 대표
▶전 보잉 팀장, 수석연구원, 및 개발책임자
▶미국 콜럼비아대 전자공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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