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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증시 궁금하면 '조 맨친'을 보라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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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국경제신문 정인설 워싱턴 특파원입니다. 유튜브를 통해 '정인설의 워싱턴 나우'를 보여드리고 있습니다. 워싱턴 나우는 미국 증시에 영향을 주는 파워피플과 워싱턴 이너서클에 대해 알아보는 코너인데요.

오늘은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에 대해 살펴보려 합니다. 맨친 의원은 중도파, 초당파로 불립니다. 민주당 소속이지만 민주당 내에 머무르지 않고 협치를 실천하는 정치인이죠. 동시에 맨친 의원은 '여당 내 야당'을 자처하며 백악관과 민주당의 정책 방향을 바꿔 정치 뿐 아니라 미국 증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한국에선 이랬다간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란 말을 듣겠죠. 문자폭탄을 받기도 할 거고요. 하지만 미국에선 이 사람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습니다. 왜 그런지 살펴보겠습니다.

뛰는 '조 바이든' 위에 나는 '조 맨친'
현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가장 의욕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인프라 법안입니다. 총 4조7000억달러 규모죠. 도로 다리 같은 물적 인프라를 세우는 데 1조2000억달러를 쓰고 의료, 교육 같은 인적 인프라, 다시 말해 복지를 확충하는데 3조5000억달러를 쓰는 프로젝트죠.

이런 바이든의 역점 사업에 대해 맨친 의원은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습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을 통해 “3조5000억달러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현재 미국의 경제적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며 직격탄을 날렸죠. 맨친은 “일부 의원은 우리에게 미래 위기 대처 자금이 무한대로 있고 수조달러를 지출해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환상을 갖고 있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 이유로 막대한 미국의 국가 부채 규모를 들었습니다. 코로나19 위기 이후 우리는 18개월간 5조달러 이상을 써 국가 부채는 28조7000억달러라는 기록적인 수준에 도달했다는 거죠. 그러면서 “‘과도한 부채가 국가 안보의 가장 큰 위협’이라는 마이크 뮬런 전 합참의장의 말을 생각해봤으면 한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3조5000억달러 규모의 예산안 통과를 전략적으로 일시 중단하자고 촉구했습니다.

방송에도 출연해 백악관과 민주당을 비판했습니다. 맨친 의원은 12일 CNN 인터뷰에서 "이미 5조4000억 달러를 쏟아부었는데 무엇이 급하냐"라며 "3조5000억 달러 예산안에 투표하지 않을 것"라고 했습니다.
'여당 내 야당'이자 백악관 저격수
맨친 의원이 백악관 저격수를 자처한 건 이번 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3월 백악관이 연방 최저임금을 2배 인상(시간당 7.5달러→2025년까지 15달러) 하려고 할 때도 반대했습니다. 대신 ‘최저임금 11달러’를 대안으로 제시했고요. 상원 통과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결국 바이든 대통령은 최저임금 2배 인상안을 경기 부양법안에서 뺐습니다.


맨친 의원은 또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장관급)으로 지명한 니라 탠든(사진) 후보자 인준에도 반대했습니다. 탠든의 과거 공화당 의원들에 대한 ‘막말 트윗’이 의회에서 초당적 협력 분위기를 해친다는 이유에서죠. 바이든 대통령은 결국 탠든 지명을 철회했습니다.

그렇다고 바이든 대통령과 천적 사이도 아닙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맨친 의원과 수시로 연락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맨친 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이 원하고 필요할 때 접촉해온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인 더힐은 "두 사람은 비슷한 부류"라며 "둘 사이의 관계가 좋다"고 전했습니다.
"대구서 20년간 당선된 민주당 의원 같다"
바이든 대통령도 대우해주고 모든 미국인이 맨친 의원을 인정해주는 이유는 뭘까요. 우선 맨친의 '개인기' 때문입니다.

보수 공화당의 텃밭인 웨스트 버지니아에서 승승장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맨친의 고향이자 지역구인 웨스트 버지니아는 작년 대선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70% 가까운 득표율로 승리한 곳입니다. 그런데 이 곳에서 맨친은 20년 이상 공화당 경쟁자를 물리치고 현재도 상원의원 자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맨친은 웨스트버지니아서 두 차례 주지사를 지낸 뒤 상원의원 선거에 세 번 출마해 모두 승리했습니다. 우리로 치면 대구에서 20년 이상 살아남는 민주당 의원, 광주에서 20년 이상 당선되는 국민의 힘 지도자와 같습니다. 한국에도 반짝 바람을 타고 한두 번 정도 대구 광주에서 이변이 일어나지만 조 맨친처럼 20년 이상을 살아남는 사람은 보기 드물죠.

'자이언트 조' 탄생시킨 미국 정치 지형
아무리 공화당 텃밭에서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조 맨친 의원이 미국 정치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더 큰 이유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미국 정치 지형입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상원의 의석 구조 때문이죠. 상원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의석 수가 50대 50입니다. 민주당 의원의 한 명만 반대해도 각종 법안이 상원을 통과할 수가 없는 거죠.

50대50대 동수이면 상원의장을 겸하는 민주당 소속의 캐멀 해리스 부통령이 결정합니다. 하지만 그 단계에 가기도 전에 조 맨친 의원이 결정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 맨친 의원을 따르는 양당파, 초당파 의원들이 많아서 한 표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불사조' 맨친 영원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맨친의 상한가가 계속될까요. 계속해서 여당 내 야당을 자처하며 자신의 몸값을 지킬 수 있을까요.

우선 내년 중간선거가 중요합니다. 미국 중간선거에선 상원 의원의 3분의1, 하원 의원 모두를 다시 뽑습니다. 현재 미국 상원 의석 수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50석이어서 맨친 의원의 몸값이 높습니다. 한 표 이상의 위력을 갖고 있죠. 그런데 내년 중간 선거에서 공화당 의석 수가 과반을 넘는다면 맨친 위원의 권위는 확 떨어집니다.

그리고 맨친 의원 임기가 2024년입니다. 원래는 정계은퇴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본인의 몸값이 치솟으니 또다시 4선에 도전할 뜻을 비추고 있습니다. 그 도전이 성공할 수 있을까요. 그런 다음 계속해서 미국 증시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관심있게 지켜봐야겠습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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