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534.34

  • 33.10
  • 1.32%
코스닥

696.83

  • 19.82
  • 2.93%
1/3

강희석 대표 "경험이나 感만으로 유통업 할 수 없다"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강희석 이마트 대표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활인검(活人劍)’이다. 쿠팡, 네이버 등 디지털 유통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활로를 제시하라는 특명을 받고 영입된 이마트 최초의 비공채 출신 최고경영자(CEO)라는 의미에서다. 결과를 예단할 수 없던 승부에서 강 대표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주도하며 이마트가 ‘한국형 월마트’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프라인에 IT 입혀 ‘반전 드라마’
이마트는 1993년 창동점을 1호로 설립됐다. 지금은 공채 개념이 사라졌지만 공채 1기 등이 여전히 회사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마트 선임 임직원들에겐 ‘유통은 우리가 가장 잘 안다’는 인식이 뼛속 깊이 새겨 있다. 이런 조직에 강 대표는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절박감을 인식시키면서 행동으로 변화를 보여줘야 하는 특명을 받고 투입됐다.

강 대표는 조직 문화부터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키워드는 ‘데이터’였다. 영업 실적류의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고객의 소비 행태와 관련한 빅데이터에 근거해 주요 경영 의사 결정을 내린다는 것을 철칙으로 삼았다. 강 대표는 임원 회의 등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유통에서도 경험이나 감으로 결정하는 시대는 끝났다. 데이터는 e커머스의 전유물이 아니다. 오로지 데이터에 기반한 신속하고 정확한 실행 체계가 오프라인 매장을 살릴 수 있다.”

강 대표 취임 전만 해도 국내 대형마트 1위인 이마트마저 ‘이때쯤엔 이게 뜨더라’, ‘이 동네는 원래 이게 잘돼’ 같은 감에 의한 결정에 의존했다. 1993년 시작한 업력과 약 2000만 명의 신세계포인트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거의 없었다.

강 대표는 취임하자마자 “모든 일에는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하고, 현재 필요한 유일한 근거는 데이터”라고 강조했다. 가장 먼저 정보기술(IT) 인프라에 투자했다. 먼지가 쌓여 있던 기존 데이터를 업그레이드하고 실제 활용할 수 있는 빅데이터로 만들려면 인프라와 사람이 필요했다. ‘DT(Digital Transformation) 본부’를 신설해 인공지능과 IT 인력을 대거 영입한 이유다.
글로벌 흐름 제시하는 ‘개척형 CEO’
강 대표를 순전히 외부인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는 행정고시 출신으로, 농림수산식품부 유통기획과에서 일하다가 미국으로 가 와튼스쿨에서 MBA(경영학석사) 과정을 밟았다. 이후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베인앤드컴퍼니에서 유통 부문 파트너 컨설턴트까지 오른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이마트를 비롯한 다양한 유통회사 컨설팅을 10여 년간 담당했다. 정 부회장의 ‘삼고초려’에 2019년 10월 이마트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외부인의 시각을 갖춘 ‘이마트 전문가’일 뿐 아니라 ‘글로벌 유통 전문가’인 셈이다.

이마트를 속속들이 아는 경영인이긴 하지만 초반엔 조직 내부의 반감이 없지는 않았다. 유통가에선 “강 대표가 컨설팅회사 출신들을 점령군으로 데려오고 있다”는 말도 많았다. 강 대표는 외부인에 대한 ‘편견의 벽’을 깨나갔다.

‘워커홀릭’은 이마트 내에선 강 대표를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가 됐다. 강 대표 스스로도 “나는 밤과 낮의 구분이 없다”고 말한다. 새벽에도 언제나 깨어 있으니 급한 일은 보고해달라는 얘기다. 그는 직원들에게 “페이퍼워크 할 시간이 어디 있느냐. 보고는 언제든 개인 이메일로 하라”고 지시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솔선수범하는 만큼 직원들에게도 책임감을 요구한다. “세상과 소비자는 항상 우리보다 빠르고 위에 있다. 우리가 선제적으로 뭔가를 보여주려면 더 빨리, 많이 뛸 수밖에 없다”는 게 강 대표의 소신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수장이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밑에서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며 “대신 격식과 불필요한 허례허식은 전부 생략하기 때문에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이베이코리아 시너지 창출 중책 맡아
강 대표의 행보는 국내 다른 유통 기업들의 관심 대상이다. 경쟁 업체들이 오프라인 점포를 줄여나갈 때 강 대표는 매장 리뉴얼 승부수를 띄웠다. 지난해 월계점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점포 리뉴얼에 착수했다. 작년 한 해 9개점에 700억원을 투입했고, 올해 역시 1300억원을 투자해 19개 점포를 새단장하고 있다. “판매자 관점에서 효율성을 따지지 말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 지갑 속 이마트 비중을 높이라”는 게 강 대표의 지시였다. 이마트 리뉴얼 점포에는 빽빽한 매대 대신 서점과 맛집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효율성을 포기했지만 오히려 매출이 뛰었다. 지역 소비자 성향을 꼼꼼히 분석해 리뉴얼한 월계점은 올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36.8% 늘었다. 2시간 이상 장기 체류 고객 비중도 9.4%에서 17.5%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에 힘입어 이마트의 기존점 매출은 턴어라운드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강 대표에게는 결실이자 또 다른 도전으로 꼽힌다. 정 부회장은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 시작되자 “얼마에 사느냐가 아니라 얼마짜리로 만들 수 있느냐가 의사결정의 기준”이라며 인수전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전을 진두지휘한 강 대표는 최종 인수 발표 직후 임직원들에게 ‘CEO 메시지’를 발표했다. “쿠팡을 비롯한 주요 e커머스 경쟁사를 넘겠다”며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압도적 경쟁력으로 경쟁사가 절대 따라올 수 없는 차별적 소비자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베이코리아는 ‘필요한 모든 것을 신세계 안에서 얻는다’는 개념인 ‘신세계 유니버스’ 또는 ‘신세계 에코시스템’을 위한 핵심 조각이다. 기존 강점인 오프라인과 신선식품, 이베이코리아의 장점인 온라인과 상품구색을 합쳐 어떤 그림을 그릴지 유통업계 전체가 주목하고 있다. 강 대표는 이 과제를 풀어내는 데서도 중책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온·오프라인 알력 막아라…'원 팀, 원 컴퍼니'로 고객만족 집중
“고객에게 광적인 집중을 하기 위해서는 ‘원 팀, 원 컴퍼니(One Team, One Company)’가 돼야 합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올초 신년사에서 그룹의 통합을 강조했다. 각 계열사가 가진 자산과 인프라를 한 테이블에 올려놓고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코로나19 사태로 쇼핑 트렌드가 급변하는 가운데 신세계라는 큰 틀에서 소비자들이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시간을 보내는 ‘옴니 채널’을 구축해야 살아남을 것이란 판단이었다.

이마트를 이끄는 강희석 대표가 지난해 그룹 통합 온라인몰 쓱닷컴 대표를 겸직하게 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색깔이 다른 온·오프 법인을 한 명의 대표가 이끌게 해 보다 큰 차원의 전략을 세우고, 더 빠른 의사결정을 이끌어내겠다는 포석이었다. 성격이 다른 두 조직의 협업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조직 우선주의를 차단하겠다는 의미도 담겼다.

강 대표가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이마트와 쓱닷컴의 물류 협력이다. 쓱닷컴은 전국 이마트와 트레이더스 매장 중 110여 곳의 여유 공간을 온라인 물류기지인 ‘P.P센터’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쓱닷컴 전체 주문량의 40%가 P.P센터에서 나간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 점포 리뉴얼을 하면서 비식품 부문을 축소해 점포 여유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며 “예를 들어 이마트 신도림점은 리뉴얼로 P.P센터 공간을 기존의 14배로 키워 하루 배송 가능 물량이 200건에서 2500건으로 13배가량 늘었다”고 설명했다.

식품, 스포츠 등 유통 외 계열사들과의 협업에도 적극적이다. 야구단 ‘SSG 랜더스’ 창단, 개막전 등의 행사를 맞아 이마트·쓱닷컴·이마트24 등 유통 계열사를 총동원한 할인전을 여는 식이다. 쓱닷컴에서는 SSG 랜더스 유니폼과 굿즈 외에도 스타벅스 샌드위치 등 식품과 인기 굿즈를 판매한다. 최근 이마트가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잔여 지분 인수를 결정함에 따라 이마트 오프라인 매장과의 협업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 3월 지분교환으로 ‘혈맹’을 맺은 온라인 쇼핑 시장 1위 네이버와의 협업도 본격화했다. 7월 이마트는 네이버에서 판매되는 지역 유명 먹거리를 자체 브랜드(PB) 피코크 상품으로 개발해 온·오프라인 채널에서 판매하는 ‘지역명물 챌린지’를 열었다. 연내 네이버 장보기 서비스에도 입점해 온·오프라인 시너지 효과를 강화할 계획이다.

■ 강희석 대표는

△1969년 출생
△1993년 서울대 법학과 졸업
△1993년 행정고시 합격
△1994년 농림수산식품부 식량정책과·농수산물 유통기획과
△2004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와튼스쿨) 졸업
△2005년 베인앤드컴퍼니코리아 입사
△2014년 베인앤드컴퍼니코리아 소비재·유통부문 파트너
△2019년 10월 이마트 대표
△2020년 10월 SSG닷컴 대표 겸직


노유정/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 염색되는 샴푸, 대나무수 화장품 뜬다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