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를 무자본 인수합병(M&A)해 시세 조종으로 차익을 챙기고 인수 기업에서 횡령·배임을 저지른 ‘기업사냥꾼’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14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 제2부(부장검사 김락현)는 바이오업체 A사 부회장 B씨(54)와 대표 C씨(51) 등 4명을 자본시장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을 도와 600억원대 자금을 집행할 수 있도록 한 대형 증권사 직원에게는 자본시장법 위반 방조 혐의가 적용됐다. 이 밖에 B씨와 C씨의 도피를 도운 3명 등 총 8명이 기소됐다.
B씨 등 A사 임직원 3명은 2019년 7월께 사채자금으로 상장사인 A사를 무자본 인수했다. 이후 인수자금 출처와 전환사채(CB) 발행 내용 등을 허위공시하거나 해외 바이오업체에 거액을 투자할 것처럼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방식으로 주가를 끌어올려 106억원 규모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았다. 이들은 사채 자금을 변제하거나 개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A사 자금 약 300억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의 허위공시를 도운 건 대형 증권사 총수익스와프(TRS) 운용부서 팀장 D씨(38)였다. 그는 A사 임직원의 허위공시 사실을 알고도 TRS를 활용한 금융 구조를 기획·설계해 증권사 자금 600억원을 집행한 혐의(자본시장위반 방조)를 받고 있다. TRS는 증권사가 펀드 자산을 담보로 자산운용사에 자금을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는 일종의 대출 계약이다.
검찰은 지난 3월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부회장 B씨와 대표 C씨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한 뒤 도주했다. 이들은 두 달가량 도피를 이어가다가 5월 28일 검거됐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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