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닐 메드베데프(25·세계랭킹 2위·러시아·사진)가 생애 첫 메이저대회 왕좌에 올랐다. 생애 21번째 메이저 우승을 노렸던 노바크 조코비치(34·1위·세르비아)를 꺾고 세대교체의 시작을 알렸다.
메드베데프는 13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US오픈 테니스 대회(총상금 5750만달러·약 673억원) 마지막 날 남자 단식 결승에서 조코비치를 2시간15분 만에 3-0으로 완파했다. 우승상금은 250만달러(약 29억2500만원).
한 해에 4대 메이저대회를 석권하는 ‘캘린더 그랜드슬램’을 눈앞에 뒀던 조코비치는 마지막 관문을 넘지 못하고 좌절했다. 올 시즌 호주오픈, 프랑스오픈, 윔블던을 제패한 조코비치는 52년 만의 대기록 달성에 도전했다. 내년이면 30대 중반인 조코비치가 다시 캘린더 그랜드슬램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조코비치와 함께 테니스 ‘빅3’로 꼽히던 라파엘 나달(35·5위·스페인), 로저 페더러(40·9위·스위스)도 30대 중반~40대 초반에 접어들면서 세대교체가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메드베데프는 스테파노스 치치파스(23·3위·그리스), 알렉산더 츠베레프(24·4위·독일)와 함께 ‘차세대 빅3’로 꼽힌다.
조코비치는 이날 결승을 앞두고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며 총력전을 예고했다. 하지만 경기 초반부터 메드베데프의 패기에 주춤했다.
메드베데프는 우승이 확정되자 코트 위로 비스듬히 누워 혓바닥을 내미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는 “팬 여러분과 조코비치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오늘 우리는 조코비치가 어떤 기록에 도전했는지 다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자신의 우승으로 조코비치가 캘린더 그랜드슬램과 메이저대회 21승을 이루지 못한 데 대해 유감을 나타낸 것이다.
조코비치는 “팬 여러분의 응원에 보답하지 못해 슬프고, 실망스럽기도 하지만 이 대회를 준비하며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매우 힘들었기 때문에 대회가 끝나 후련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다음 메이저대회는 2022년 1월 열리는 호주오픈이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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