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발사가 13일 일본에서 열린 한·일 북핵수석대표 회담에 찬물을 끼얹었다. 주요 의제 중 하나가 인도주의적 대북 지원인데, 북한 순항미사일이 일본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이날 일본 도쿄 외무성에서 마주 앉았다. 당초 회담에선 비핵화 대북공조 방안 외에도 그동안 한·미가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유도하기 위해 협의해온 대북 인도적 지원 프로그램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 발표로 한·일 양국은 북한 미사일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측이 지속적인 북한의 미사일 개발에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노 본부장은 2시간 가량 진행된 한일 회담 뒤 "후나코시 국장과 좋은 대화를 했다. 한반도 문제에 관해 서로의 입장에 대해 훨씬 더 이해가 깊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본부장은 14일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 및 후나코시 국장과 한·미·일 3자 협의를 한 뒤 곧이어 한·미 수석대표 회담을 마치고 귀국할 예정이다.
이번 미사일이 일본 영공이나 영해를 향해 날려 보낸 것은 아니지만 일본 정부 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1500㎞를 비행하는 미사일 발사가 사실이라면 일본을 둘러싼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한·미 양국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필요한 정보 수집, 분석, 경계 감시를 하겠다”고 밝혔다.
해상자위대에서 사령관을 지낸 고다 요지 대장은 NHK 인터뷰에서 “1500㎞라는 비행거리를 보면 분명히 조선반도(한반도)가 아니라 일본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일본과 주일미군에 새로운 위협이 되고 군사적으로 의미가 크다”며 “순항미사일은 지표면이나 해수면 근처를 비행하기 때문에 탐지하기 어려워 근처에 다가와서 방어할 수밖에 없는 만큼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당장의 북한 기술로는 소형화된 핵탄두를 탑재해 일본까지 발사하긴 어려울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지만, 북한의 미사일 성능 개선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속도는 느리지만 초저공 비행을 하며 유도체계로 정확하게 타격하는 순항미사일 개발을 두고 미국이 북한을 과소평가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북한이 평남 온천 인근에서 순항미사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를 도발이라고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이 한 일에 아무것도 새로운 것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북한에 대화를 강조한 백악관 분위기 때문에 미국이 북한의 순항미사일 개발에 대해 제대로 된 신호를 보내거나 평가를 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앙킷 판다 카네기국제평화기금 선임연구원은 블룸버그 등에 “한국과 일본의 미사일 방어 능력에 한층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이는 북한에서 처음으로 전략적 역할을 명시적으로 지정한 최초의 순항미사일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