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증권사를 통해 해외 주식에만 가능했던 소수점 단위 거래가 국내 주식으로 확대된다. 내년부터 투자자는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고가의 우량 기업을 1주 단위가 아니라 금액 단위로 투자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예컨대 주당 13만원짜리 카카오 주식을 1만3000원으로 0.1주만 구매하거나, 삼성전자 주식을 1만원어치(0.1328주)만 사는 거래가 가능해진다.
12일 금융위원회는 국내 주식의 소수 단위 거래를 허용하는 내용의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국내 주식은 상법상 주식불가분 원칙과 온주(온전한 주식) 단위로 설계된 예탁결제 인프라 때문에 소수 단위 결제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투자자의 소수 단위 주문을 취합해 1주를 주문하고 이를 전자증권 형태로 변환해 고객에게 나눠주는 방식의 투자가 가능해진다. 부족분은 증권사가 스스로 메우는 방식으로 온주를 만들어야 한다.
투자자는 수익증권 보유자로서 주식의 배당금을 받을 수 있지만, 소수 지분의 의결권은 인정되지 않는다. 예탁결제원이 자본시장법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하게 된다. 금융위는 “제도 개선 방안의 실현을 위해서는 자본시장법령 개정이 필요하지만 소수 단위 주식 거래를 신속히 시행해야 한다는 업계와 투자자 의견을 감안해 우선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통해 일정 기간 동안 먼저 운영하고 법령 개정 등을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외 주식은 이미 일부 증권사를 통해 소수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금융위는 2019년 소수 단위 주식 거래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고 해외 주식에 한해 소수점 거래를 허용해왔다. 한국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주식은 내년 3분기 서비스를 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 10~11월 예탁결제원이 서비스 제공을 희망하는 증권사와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해 금융위로부터 지정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해외 주식도 올해 적용 증권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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