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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기준금리 사전예고제' 코스피 300P 끌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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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후 2주일이 넘었지만 여전히 말이 많다. 코로나 사태 이후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올린 데다 유럽중앙은행(ECB), 캐나다중앙은행(BOC) 등도 금리를 동결했다. 이번주에 열릴 미국 중앙은행(Fed) 회의에서 테이퍼링 추진이 결정되지 않으면 말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 편에서 기준금리 변경만큼 관심이 높은 정책수단도 없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민간 차원에서 예비연방공개시장위원회(SOMC)를 만들어 견제할 뿐만 아니라 Fed도 시장과의 소통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중 하나가 최근처럼 테이퍼링이 언급됐던 2013년 초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이 제안한 ‘기준금리 사전예고제’다.

8년이 지난 시점에서 재조명되고 있는 이 제도는 매 분기 경제전망이 발표될 때마다 3분기 후의 기준금리 수준과 필요할 경우 2~3년간의 기준금리 결정 방향까지 내놓겠다는 것을 말한다. 당시에는 ‘버냉키의 만용’이라고 비판받았으나 자세히 뜯어보면 많은 내용이 함축돼 있어 각국 중앙은행이 속속 받아들이고 있다.

무엇보다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시장과의 소통을 중시하겠다는 숨은 의도가 깔려 있다. 《맨큐의 경제학》의 저자로 잘 알려진 그레고리 맨큐 미국 하버드대 교수를 중심으로 각국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의 효과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시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이 제도는 이런 요구를 전격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이해된다.

동일한 맥락에서 기준금리 결정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의도도 읽을 수 있다. 초저금리로 부채가 많은 시대에 기준금리만큼 국민 경제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는 정책 변수는 없다. 짧게는 3분기 후, 길게는 2~3년 후의 기준금리를 알 수 있다면 국민들은 부채 관리, 주택 구입 등을 중심으로 보다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보장받을 수 있다.

앞으로 기준금리 사전예고제가 시행되면 각국 경제도 더 견실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 여지는 크게 제한돼 있다. 기준금리를 더 내릴 수 없고, 잠복한 인플레이션 우려로 추가적인 양적완화도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 재정도 국가채무 누적 등으로 여유가 없다.

이런 정책 여건에서 기준금리 사전예고제가 시행되면 금융과 실물 간의 연계성이 강화돼 금융권에서만 맴도는 돈이 실물경제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 각국 중앙은행이 가장 고민해온 아킬레스건이 풀리는 셈이다.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 심리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시대에서는 이 효과가 의외로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학계에서도 관심이 높다. 3분기 후의 기준금리 수준을 예고한다는 것은 케인지언의 전달경로(금리 변경→총수요 영향→경기 변동)상 시차가 9개월임을 감안하면 통화정책의 불연속성을 줄여 기준금리를 언제 변경할 것인가에 따른 불안감을 낮출 수 있다.

비판도 만만치 않다. 물가 안정에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할 각국 중앙은행이 사전에 예고한 말과 약속을 지키다 보면 오히려 물가가 불안해지는 자충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통화당국이 통제할 수 없는 행태변수가 많아지는 인플레이션 관리 여건에서는 충분히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소 불안하지만 물가는 기조적으로 하향 안정되는 추세다. 글로벌화와 디지털화 진전에 따른 최종 상품의 가격파괴 현상으로 ‘아마존 효과’가 크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통화론자의 이상이 실현됐다면 각국 중앙은행은 물가 안정을 고집하는 ‘천사와의 키스’보다 고용 창출 등에 무게를 더 두는 ‘악마와의 키스’를 선택해야 한다.

경기순환 측면에서는 과열일 때 정점을 더 끌어올리고 침체일 때 저점을 더 끌어내리는 경기 순응성을 줄이는 효과, 즉 ‘자동조절 기능’도 기대할 수 있다. 경기 진폭이 줄어들면 주가 등 금융변수 변동성이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커지는 ‘테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금리 사전예고제는 코스피지수를 10%(현재 기준 300포인트) 이상 끌어올릴 수 있는 대형 호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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