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카 대세이던 20년 전 주가 추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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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을 버린 게 약이 됐다. 후지필름은 2006년 헬스케어·화장품시장에 뛰어드는 등 신사업에 나섰다. 지난 3월 말 기준 후지필름 매출에서 헬스케어·머티리얼즈(반도체 소재 등)가 차지하는 비중은 48.01%에 이른다. 카메라 관련 사업(이미징 부문)의 매출 비중은 13.01%에 불과하다. 2000년만 해도 60% 이상의 매출이 카메라 관련 사업에서 나왔다. 완벽한 변신에 성공했다.
필름 기술을 활용해 그 영역을 넓혔다. 2006년 시작한 화장품 사업이 대표적이다. 후지필름은 필름과 피부의 주성분이 콜라겐으로 같다는 점에 착안해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진이 노랗게 바래는 것을 막는 기술을 활용하면 피부의 주름 등 노화를 억제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였다.
이후 바이오 사업에도 진출했다. 가장 쉬운 건 진단용 의료기기 사업이었다. 엑스레이 필름과 초소형 내시경 등은 기존 카메라와 필름 기술을 활용해 따라잡을 수 있었다. 여기에 신약개발 부문까지 발을 들여놓았다. 필름을 만들면서 얻은 콜라겐 가공 기술을 활용하면 유도만능줄기세포(iPS 세포) 배양이 가능하다. 후지필름은 여러 바이오 회사를 인수합병(M&A)하고 자사의 기술을 적용할 방법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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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소재 사업도
최근엔 반도체 소재 사업도 주목받고 있다. 후지필름은 포토레지스트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5위를 기록 중이다. 포토레지스트란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 위에 회로 패턴을 형성하는 데 꼭 필요한 기술인데, 사진 인화 기술과 비슷하다. 포토레지스트가 빛이 닿은 부분 또는 닿지 않은 부분만 남기기에 특정 패턴을 만들 수 있는데, 사진을 인화하는 과정 역시 이런 감광 현상을 활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웨이퍼 표면을 매끄럽게 해주는 연마제인 CMP 슬러리도 마찬가지다. 사진 재료를 연구하던 기술을 활용, 현재 세계 시장 점유율 2위(전체 20%)를 기록 중이다. 후지필름은 반도체 재료 사업에 2024년까지 700억엔을 투자, 관련 매출을 향후 30% 추가로 늘릴 계획이다. 올해 사상 최대 실적 예상
후지필름의 실적은 사업의 무게추를 신사업으로 옮겨갈 때마다 개선됐다. 2000년(2000년 3월~2001년 2월·이하 3월 말 회계 기준) 후지필름 매출은 1조4404억엔, 영업이익은 1497억엔이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2020년 매출은 2조1925억엔, 영업이익은 1964억엔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순이익(주주귀속 기준)은 1812억엔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이 전망된다. 후지필름은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14%, 2% 증가한 2조5000억엔과 2000억엔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후지필름 측은 “CDMO에 더해 반도체 관련 소재, 디스플레이 재료 등의 매출 증가가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일본 증권가에선 이마저 ‘보수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