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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 올랐는데 월세도 부르는 게 값…대출까지 막혔다"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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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택 신혼부부인 30대 윤모 씨는 '전세 난민'을 실감하는 중이다. 집값이 너무 올라 주택 매매를 하기 어려워 전세 살이를 하고 있지만 최근 만기를 앞두고 집주인으로부터 퇴거 요청을 받았다. 하지만 전셋집 얻기는 쉽지가 않다. 수중에 있는 돈 2억원에 2억~3억원 가량 전세대출을 받아 집을 구하려 했지만 요즘은 서울엔 4억~5억대의 전셋집도 많지 않고, 있다고 해도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을까 걱정이다.

할 수 없이 반전세라도 구하기 위해 퇴근 후나 주말을 빼 틈틈이 집을 보러 다녔지만 쉽지 않았다. 고민을 하는 사이 금방 세가 나가기 일쑤였으며, 집주인들은 그 자리에서 월세를 10만원, 20만원씩 더 부르는 경우도 있었다. 윤모 씨 부부는 전세 만기일에 맞춰 집을 구하지 못할까봐 걱정이 태산이다.

윤씨처럼 전셋집은 커녕 월세도 구하지 못해 걱정인 이들이 주변에 넘쳐나고 있다. 임대차법이 시행되면서 전세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됐기 때문이다. 네이버 부동산에 따르면 1000가구에 가까운 서울 노원구 중계동 라이프·청구·신동아 아파트의 경우 전세 물량은 9건에 불과하다. 유주택자도 '전세 난민'에서 예외가 아니다. 결국 보증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무주택자나 전세자금대출이 제한된 유주택자들 중 반전세나 월세로 눈을 돌린 윤씨 같은 사람이 늘었다.


11일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올 8월 서울 KB아파트 월세지수는 107을 기록했다. 전달 7월(106.4)보다 0.6포인트 상승했으며, 1년 전인 지난해 8월(100.4)과 비교하면 6.4포인트 오른 수준이다. 관련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2015년 12월 이후 5년 8개월 만에 최고치다.

KB아파트 월세지수는 전용 62㎡ 이상~전용 95㎡ 이하 중형 면적을 대상으로 산정한다. 월세지수는 지역 내 공급과 수요를 0~200으로 점수화한 것으로, 기준치(100)보다 높으면 공급보다 수요가 더 많다는 의미다. 현재 기준점은 2019년 1월이다. 최근 월세지수는 매월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강남 관악구의 관악드림타운 아파트 전용 114㎡의 경우 지난달 보증금 1억원에 월 138만원에 세입자를 찾았다. 보증금이 2억원일 때는 월 70만원에 월세 거래가 이뤄졌다. 하지만 이달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200만원으로 매물이 나와 있다. 영등포 신도림 대림e편한세상 전용 134㎡도 지난 5월엔 보증금 2억원에 75만원에 세입자를 찾았지만, 최근 호가는 동일한 보증금에 월세 200만원을 요구한다.

임대차 계약 중 월세와 준전세 등의 비중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를 보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1년간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총 17만6163건 중 반전세를 포함한 월세 거래는 6만1403건(34.9%)으로 집계됐다. 직전 1년 28.1%와 비교하면 1년 새 6.8% 포인트가 올랐다.


임대차법 이후 전세 물량이 대폭 줄었으며 주택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보유세 부담이 커진 집주인들의 월세를 받아 세금 부담을 상쇄하려는 움직임도 커져서다. 게다가 최근 들어서는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중단과 우대금리 인상이 겹치면서 무주택자 실수요자들의 전셋집 구하기가 한층 더 어려워진 상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전세자금대출도 주택담보대출과 마찬가지로 가계대출 총량규제를 적용받아 은행들은 정부가 설정한 연간 목표치를 준수해야 한다. 최근 농협은행과 우리은행이 목표치를 초과하거나 근접하면서 신규 전세대출을 한시 중단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임대차 3법’이 통과되면서 매매 대신 전세를 택한 무주택 서민이 최대 피해자가 됐다”며 “정부가 갑자기 전세대출까지 틀어막은 탓에 오른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한 서민들만 가을 이사철에 길거리로 내쫓기게 된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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