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분기 서울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최근 10년 사이 가장 많이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 주요 도시 중에서도 상승률 1위를 나타냈다. 정부가 주택 수요를 옥죄자 아파트 대신 상가, 꼬마빌딩, 오피스텔 투자가 늘고 오피스빌딩을 자산으로 하는 공모형 리츠 등에도 유동성이 몰렸다는 분석이다. 몸집을 키운 테크기업들이 잇달아 사옥을 늘린 점도 빌딩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
맨해튼 하락할 때 서울 8.7% 올라
10일 글로벌 부동산리서치회사 리얼캐피털애널리틱스(RCA)의 글로벌 도시종합지수(CPPI)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서울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1분기보다 8.7% 올랐다. 같은 기간 미국 뉴욕과 맨해튼, 일본 도쿄, 영국 런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 18개 주요 도시 가운데 가장 큰 상승폭이다. 또 지난 10년간 서울의 분기별 상업용 부동산 가격 상승률 중 가장 높다.RCA는 2년째 지속되고 있는 서울 상업용 부동산 상승세를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한 해 동안 11% 올랐던 서울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올 들어서도 1분기에 7.3% 뛰었다. 여기에 지난 2분기 상승폭이 더욱 가팔라진 것이다.
벤저민 차우 RCA 아시아지역 총괄애널리스트는 “과거 가격이 크게 올랐던 홍콩, 보스턴, 호주 시드니 등은 지난해부터 상승폭이 둔화됐다”며 “반면 서울은 지난해 두 자릿수 상승률을 나타냈는데 올 들어 오름폭이 더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상업용 부동산 강세 현상은 오피스빌딩이 주도하고 있다. 2분기 상업용 부동산 거래량의 70% 가까이를 오피스빌딩이 차지한 것으로 RCA는 집계했다. RCA는 “세계 다른 주요 도시들은 오피스빌딩 비중이 줄어들고 물류센터와 같은 산업용 부동산 비중이 늘고 있는 것과 상반된다”고 분석했다. 멜버른과 로스앤젤레스는 올해 상반기 전체 상업용 부동산 거래량의 절반 이상을 물류센터 등 산업 부문이 차지했다. 반면 서울은 산업 부문이 전체 거래량의 7% 정도다. 오피스빌딩 비중이 큰 맨해튼은 재택근무 확산 영향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히려 하락했다.
주택 수요 규제하자 ‘꼬마빌딩’ 인기
RCA는 서울의 오피스빌딩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상승한 배경으로 유동성이 쏠린 점을 우선적으로 꼽고 있다. 한국 정부가 주택시장에 대한 세금 정책을 강화하자 개인과 기관 등의 투자 수요가 오피스빌딩으로 몰려갔다는 것이다.사모펀드와 연기금 등도 부동산 투자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올 들어 기관투자가들은 서울 강남·마곡, 경기 판교 등 대형 오피스빌딩에 잇따라 투자하고 있다. 이들 지역 오피스 공실률이 5% 미만으로 낮아 안정적인 배당과 향후 높은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강남 아파트가 평당(3.3㎡당) 1억원을 넘어 2억원을 향해 가고 있는데, 강남 오피스빌딩은 3.3㎡당 4000만원을 넘긴 수준”이라며 “서울 오피스빌딩이 아직 더 가치가 올라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오피스빌딩의 상승 여력이 커지자 개인투자자들도 뛰어들고 있다. 지난달 SK그룹 본사인 서린빌딩을 담은 SK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공모청약에 19조원이 넘는 개인 자금이 몰렸다. 김주환 원빌딩부동산중개 대표는 “20억원대 강남 아파트를 살 때는 대출이 안 나오지만 20억원대 ‘꼬마빌딩’(5층 이하 건물)에는 50~60% 정도 대출이 나온다”며 “아파트보다 세금 부담이 낮다는 점도 투자자들이 몰리는 이유”라고 했다.
부동산업계는 서울 오피스빌딩 가격이 더 뛸 것으로 본다. RCA에 따르면 3.3㎡당 평균 매각가격은 서울 강남권역이 3714만원으로 싱가포르(7429만원)와 런던(7842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지는 더 봐야겠지만 아직까진 서울의 오피스빌딩 가격이 다른 도시에 비해 낮은 수준인 건 맞다”면서도 “강남 외 지역에 대한 수요는 1년 전보다 3분의 2 정도로 줄어 지역마다 차별화되고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