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소득 하위 88%에 주기로 한 재난지원금 지급률을 90%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억울하게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불만이 폭주하자 이의신청을 최대한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표심을 겨냥해 추진한 현금 살포 정책이 이 같은 ‘고무줄 재난지원금’ 사태를 낳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9일 “재난지원금 이의신청 처리 과정에서 (지급률을) 2%포인트가량 올리면 (국민의) 88%가 아닌 90%에 지급할 수 있다”며 “들어온 이의신청을 최대한 구제하는 방안을 당과 정부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혼과 출산 등으로 가족 구성이 달라진 가구와 최근 소득이 줄어든 지역가입자의 구제를 적극 추진해 지급률을 더 끌어올리겠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1차 대상에서 제외된 사람 중 100만 명 이상이 재선정될 것으로 보인다.
납득할 수 없는 기준으로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항의가 쏟아지자 대상을 확대해 불만을 잠재우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의신청 건수는 지난 6일부터 이날 오후 4시까지 5만 건을 넘어섰다. 박 의장은 “(지급률을) 2%포인트 올리는 데 3000억원가량이 드는데, 불용예산을 활용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票만 의식…2% 더 주려면 3000억 필요
하지만 애초 당정이 합의해 예산까지 확정된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상황에 따라 늘리는 것은 예산 집행의 원칙을 무시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애초에 명확한 정책 목적 없이 당정 간 줄다리기 끝에 소득 하위 88% 기준이 결정됐을 때부터 이 같은 사태가 예견됐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한 정확한 타기팅 없이 표심만을 의식해 지급 대상을 정하다 보니 결국 여론의 눈치를 보다가 뒤늦게 지급률을 조정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번 재난지원금 지급 결정은 지난 6월 건강보험료 납부액을 기준으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구제 대상으로 보고 있는 것은 혼인이나 이혼, 출생 등으로 가구원에 변화가 생긴 경우와 7월 이후 실직 등으로 건보료 납부액이 달라진 가구다. 지난해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때도 신청자 4326만 명 중 40만 명가량이 가족 구성원 변경 등을 이유로 이의를 제기했다. 지역가입자는 2019년 소득을 기준으로 올해 건보료가 매겨진 만큼 최근 소득이 줄었다고 증명하면 구제받을 수 있다. 당정은 이의신청 검토 과정에서 판단 기준이 모호할 경우에도 최대한 수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억울하게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사람들을 구제하겠다는 취지지만 추가 대상자를 선정하기 위한 행정 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사회적 갈등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 당장 나흘 만에 5만 건이 넘는 이의신청이 쏟아지면서 이를 검토하기 위한 행정 소요가 급격히 증가했다.
소상공인 지원 등 피해를 본 계층에 집중하는 대신 불특정 다수에 현금 살포성 정책을 펴다 보니 이 같은 혼선이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피해 구제 성격이 아니라 전국민 위로금으로 퍼주기 예산을 추진한 것부터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완주 의장은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10%에 대해선 “자산도 있고 고소득인 경우가 많아 여유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결국 이들만 혜택에서 제외해 ‘국민 갈라치기’라는 비판도 면할 수 없게 됐다.
고은이/노경목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