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할 거면 처음부터 못하게 하던지. 공산당이야, 뭐야."
9일 카카오 주식 토론방에 올라온 글입니다. 카카오 주가는 전날 10.06% 급락한 데 이어 이날 7.22% 하락했습니다. 네이버도 마찬가지 입니다. 네이버 주가는 전날 7.87% 내렸고, 이날 2.56% 빠졌습니다. 이틀간 두 기업의 시가총액은 20조원 증발했습니다.
주주들은 주가 하락의 이유로 더불어민주당을 지목했습니다. 지난 7일 송갑석·이동주 민주당 의원은 '118개 계열사를 거느린 공룡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플랫폼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근절 및 골목상권 생태계 보호 대책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특정 기업을 두고 국회에서 토론회를 여는 건 이례적입니다.
특히 송영길 대표, 윤호중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이 토론회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습니다. 송 대표는 서면 축사에서 "카카오가 공정과 상생을 무시하고 이윤만을 추구했던 과거 대기업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가서는 안 된다"라고 했습니다.
윤 원내대표는 "입점 업체에 대한 지위 남용과 골목 시장 진출, 서비스 가격 인상 시도까지 카카오의 행보 하나하나가 큰 우려를 낳고 있다"며 "민주당은 이러한 상황을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라며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윤 원내대표는 다음날 국회 원내대표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소비자, 입점업체에 큰 부담인 약 20%에 달하는 플랫폼 수수료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며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 업체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반드시 바로 잡겠다"라고도 밝혔습니다.
플랫폼 기업의 독점 문제는 한국만의 일은 아닙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7월 플랫폼 기업의 독점을 겨냥해 '미국경제에서의 경쟁촉진에 관한 행정명령'을 발표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독과점 업체들의 폭력적 행위에 대한 관용은 더는 없다"고 했습니다.
재밌는 것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런 발표에도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미국의 플랫폼 기업의 주가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오히려 이들 기업의 당시 주가는 전날 대비 소폭 상승했습니다.
미국의 플랫폼 기업 주가에 바이든 대통령의 엄포가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은 규제의 합당성과 예측 가능성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발표하기 전 이미 미국 하원은 반독점 패키지법을 통과시키는 등 플랫폼 기업의 독점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충분한 상황이었습니다.
규제 방향도 자사 상품 판매 제한, 인수·합병(M&A) 제한 등 독점을 완화하고 경쟁을 촉진하는 방향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자본주의의 핵심은 개방적이고 공정한 경쟁이며 미국이 국제 경제 선도국 역할을 유지하는 데 강력한 경쟁은 매우 중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다릅니다. 윤 원내대표는 "사업자와 업체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라며 '수수료 20%'를 직접 언급했습니다. 플랫폼 기업의 경쟁을 촉진하는 게 아니라 플랫폼 기업이 취하는 이익을 깎겠다는 얘깁니다.
사실 플랫폼 기업의 독점은 국회에서 조장한 면이 있습니다. 과거 '타다 사태'가 그렇습니다. 정치권에서 택시기사를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을 강조하면서 결국 타다는 사업을 접었습니다. 이는 카카오 택시의 독점이 강화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이처럼 택시 시장이 독점 상태가 되면서 소비자의 비용 부담은 늘어났습니다.
민주당은 임대차 3법 등 논란이 되는 법을 단독으로 강행 처리해 왔습니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은 플랫폼 기업의 수수료가 과하다는 집권 여당 인사의 발언을 진지하게 받아들였을 겁니다. 예측이 불가능한 데다 비합리적인 규제를 남발할 뜻을 밝힌 여당 탓에 피해는 개인 투자자들이 봤다는 지적을 지나치다고 말하기 어려울 겁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