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위한 노력은 비용일까 투자일까.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은 “이제 ESG는 투자 기회로 바라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주식시장에서는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ESG가 핵심 요소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유석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은 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1 글로벌 ESG포럼’ CEO 라운드테이블에서 “투자의 기본은 자금을 맡긴 고객에게 좋은 수익률을 안겨주는 것인데, ESG 투자가 일반 투자에 비해 좋은 성과를 내느냐는 의문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최근 들어 운용업계에서도 ESG를 중요한 투자 테마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탄소효율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하거나 기후위기 대응에 앞장서는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이 지속적으로 출시되고 있다. 서 사장은 “막대한 자금을 보유한 연기금, 공제회가 ESG 투자 비율 늘리고 있다”며 “국내 운용사들도 준비를 서두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유상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대표는 “운용사 입장에서는 돈을 맡긴 투자자와 자금을 조달받는 피투자 기업의 이해관계 중 무엇을 우선할지 고민하게 된다”며 “결국 사회 공동의 가치를 추구해야 하고 그것이 ESG”라고 말했다.
ESG는 이제 각 금융회사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박정림 KB증권 사장은 “ESG를 실천하지 못하는 금융회사는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힘들 것”이라며 “투자자가 ESG 활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나중에는 ESG 성과를 반영해 개별 종목의 목표주가를 제시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범석 S&P다우존스 한국대표는 “최근 10년간 ESG 투자자산이 급격하게 증가했다”며 “다양한 테마 투자상품과 서비스가 활발하게 제시될 것”으로 내다봤다.
ESG 중 환경(E) 분야에 대한 고민을 풀어나가는 데는 산업계와 금융계 간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박성호 하나은행장은 “ESG 금융은 제조업에 영향을 주고, 결국 국내 경제 전반에 파급력을 미칠 것”이라며 “ESG 자문회의는 철강 조선 등 탄소 다배출 분야에서 환경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금융업계와 제조업계가 함께 소통해 해법을 모색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준학 농협은행장은 “기후위기는 농업에 직결되는 위험”이라며 “기업들이 ESG 경영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금융지원 시 활용 가능한 인센티브 시스템이 명확히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은 “ESG 경영과 관련된 갈등을 해결하려면 법과 규제가 국제적으로 비교할 때 어떤 수준인지 정부와 관계기관이 심도 있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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