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한국경제TV, 한경닷컴 등이 속한 한경미디어그룹이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인 '한경글로벌마켓'을 론칭했습니다. 유튜브 한국경제 채널도 '한경글로벌마켓'으로 확대 개편했습니다.
현재 '실리콘밸리 나우' 온라인 기사를 통해 특정 기업·산업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앞으론 실리콘밸리 나우 영상 콘텐츠를 통해서도 독자분들께 정보를 전달하겠습니다.
영상 첫 회는 지금의 실리콘밸리를 있게 한 기업, '반도체 제국'으로 불리는 '인텔' 입니다.
실리콘밸리의 역사…'무어의 법칙' 고든 무어가 공동 창업자
최근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핫'한 기업 중 한 곳으로 인텔이 꼽힙니다. '한 물 갔다'는 평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몸부림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텔 캠퍼스를 직접 찍은 영상을 보여드리면서 인텔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집중 분석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일단 인텔이 어떤 기업인지 말씀 드리겠습니다. 노트북이나 PC에 인텔 스티커 붙어 있던 것 기억하실텐데요. 전자기기의 두뇌역할을 하는 CPU를 개발, 생산, 판매하는 세계 1위 기업입니다. 세계 CPU 시장 점유율은 80% 정도입니다. 인텔이란 사명도 전자집적회로를 뜻하는 인터그레이티드 일렉트로닉스에서 유래했습니다. 매출은 지난해 기준 약 89조원, 영업이익은 27조원입니다. 제품별 매출 비중은 PC·노트북 CPU가 50% 정도, 기업 데이터센터용 CPU가 40% 정도입니다
인텔은 1968년 창립됐습니다. 인텔 캠퍼스 내 빌딩의 이름이기도 한 로버트 노이스와 무어의 법칙으로 유명한 고든 무어가 설립했습니다. 노이스는 집적회로를 개발한 사람입니다.
고든 무어는 아까 말씀드린 '무어의 법칙' 즉 반도체 집적도가 1년 반에서 2년 새 2배 증가한다는 이론을 통해 반도체업계에 막대한 영향을 줬습니다.
이 두 창업자는 인텔 설립 이전엔 쇼클리연구소와, 페어차일드반도체를 거치며 업계에 이름을 날렸습니다. 재밌는 건 지금 인텔의 강력한 경쟁자인 'AMD' 창업자도 쇼클리연구소, 페어차일드 소속이었습니다. 한 뿌리에서 나온겁니다.
인텔 역사는 반도체의 역사로 불립니다. 인텔은 CPU가 주력제품인데, 예전엔 D램 같은 메모리반도체도 만들었습니다. 1970년대까진 세계 1위였습니다. 일본업체들이 '저가공세'로 시장을 장악하게 됐고 결국 1980년대 중반에 철수하게됐습니다.
인텔의 전성기는 1990년대 시작됩니다. '인텔 인사이드' 마케팅이 본격화된 시점과 맞물립니다.1990년대 중반 팬티엄이라고 불리는 586프로세서로 AMD와의 경쟁에서 승기를 잡게 됩니다. 인텔은 2000년대 들어 '코어'가 붙은 노트북 프로세서를 히트시켰습니다.
폴 오텔리니 CEO 때 전성기…후임 CEO '짠물 경영'에 하향곡선
2005년엔 마케팅 전문가 폴 오텔리니 대표가 취임하면서 최전성기가 시작됩니다. 8년 간 회사를 이끌면서 회사를 반석 위에 올려놨습니다. 경쟁사 AMD가 무리한 사업확장을 꾀하다가 나락으로 떨어진 시기와 겹치기도합니다. 물론 오텔리니에게도 오점이 몇가지 있긴합니다. 모바일 CPU 시장에 안착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이 시장을 영국의 ARM 기술을 기반으로하는 퀄컴 등 반도체 업체들에 완전히 내줬습니다.반도체 제국 인텔의 정체기는 오텔리니 사임한 2013년께 시작됐습니다. 후임 CEO는 브라이언 크로자닉이었는데, 이 사람에겐 '인텔을 망쳤다'는 오명이 따라붙습니다. 엔지니어들에게 원가절감, 단기 성과를 요구했고 2016년엔 대규모 해고를 단행했습니다. 모바일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 했고요. 이밖에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주식 매도 논란, 직원과의 부적절한 관계가 불거졌습니다. 2018년 밥 스완에게 자리를 넘겨주게 됩니다.
밥 스완은 재무전문가 출신 CEO인데요. 역시 기술개발보다는 원가절감 등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운이 안 좋은게 크로자닉으로부터 물려받았다는 것입니다. 전임 CEO의 '소극적인 기술개발 투자'의 부정적인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최첨단 공정 경쟁에서 대만 TSMC, 삼성전자에 밀리기 시작합니다. 2015년 나왔어야하는 인텔의 10nm 공정 제품은 계속 지연됐습니다. 한 세대 전인 '14nm' 공정을 고수하면서 '사골국물'이란 비아냥까지 듣게 됐습니다. 이런 최신 공정 지연은 지금 인텔의 가장 큰 리스크로 불리는 '고객사 이탈'을 초래했는데요. 애플이 'M1'이라는 자체 프로세서를 개발해, 올해 성공적으로 안착시켰고요. 구글 MS 아마존 같은 고객사들이 모두 '자체 반도체 개발'을 선언했습니다. 인텔이 구식 CPU를 고수하니까 자기들 제품 성능도 떨어지게되고, 차라리 직접 개발하겠다고 직접 나선 것입니다.
강력한 경쟁자 AMD 때문에 수익성 하락
인텔의 부진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게 실적입니다. 인텔은 매출은 성장하고 있지만 수익성은 감소하고 있습니다. 테크기업들의 수익성 지표로 널리 활용되는 '매출총이익률'을 보면 2017년부터 62%에서 계속 하락해서 2020년 56%로 떨어졌습니다.인텔이 예전만 못하다, 이런 평가를 받는 가장 큰 원인으론 AMD를 꼽을 수 있는데요. 재밌는게, '101'이라고 불리는 고속도로를 사이에 두고 정확히 인텔 맞은편에 AMD가 본사가 있습니다.
AMD는 쇼클리, 페어차일드에서 함께 일했던 제리 샌더스가 1969년 창립했습니다. 인텔과 CPU 모든 시장에서 경쟁하는 관계입니다. 제품 성능은 약간 떨어지지만 싼 가격으로 버텨왔었는데요. 2000년대 애슬론으로 살아났다가 2010년대 초반에 고난의 시기를 겪었습니다.
반등의 계기는 있었습니다. 2012년 대만계 미국인 리사 수 박사가 AMD에 합류하면서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2014년 CEO가 된 리사 수는 '가성비'를 앞세워 플레이스테이션 등에 납품하게 됐습니다. 여기서 번 돈으로 CPU에도 재투자해서 점유율을 20%까지 올리게 됩니다.
인텔의 아픈 점은 인텔은 10nm 공정에 머물러 있는데 AMD는 대만 TSMC에 생산을 맡깁니다. 2020년엔 TSMC 7nm, 내년에는 5nm 공정에서 CPU 제품을 만듭니다. 시장에선 TSMC에서 만드는 AMD CPU가 인텔보다 낫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게 인텔을 공격하는 주요 무기가 됐습니다. 주주들 사이에선 "인텔도 TSMC에 CPU 생산을 맡겨라"는 이런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밥 스완 대표는 올해 초 갑작스럽게 자리에서 물러나게 됩니다.
팻 겔싱어 취임 이후 전략 재정비…'대규모 투자' 나서
올해 인텔은 '전화위복'의 계기를 마련했는데, 바로 '팻 겔싱어' 대표 취임입니다. 인텔 임직원들이 그토록 원했던 인텔 '엔지니어' 출신이고요,그리고 경영 능력도 인정 받은 사람입니다. 겔싱어가 2009년에 인텔을 나가서 2012년 VM웨어 CEO를 맡게됩니다. 2020년까지 재직했는데 연 매출이 3배 정도 뛰었습니다. 경영 능력을 인정 받은겁니다.
겔싱어는 취임 한 달 째인 지난 3월 'IDM 2.0'라는 인텔의 발전 전략을 공개하고, 지난 7월엔 온라인 설명회를 통해서 폭탄선언을 했습니다. "2025년부터 2nm로 추정되는 '인텔 20A' 공정에서 반도체를 양산하겠다"고 전격 선언한 겁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외부에서 무슨 얘기를 하든 흔들리지 않겠다. 내 갈 길 가겠다'란 겁니다.
우선 '인텔의 기술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서 반박합니다. 현재 인텔의 10nm는 tsmc나 삼성전자의 7nm와 수준이 비슷하다. 기술 격차가 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여기에 '포베로스'라고 부르는 후공정, 즉 패키징에 대한 의지도 나타냈습니다. 사실 숫자, 선폭을 줄이는 경쟁이 한계에 오면서 패키징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칩 성능이 갈린다는 얘기도 있는데, 인텔이 후공정에서도 주도권을 잡겠다고 선언한겁니다.
두 번째는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 번 나타낸 것입니다. 물론 4~5년 뒤 이야기지만 2nm 대 파운드리 공정 기술을 발판으로 고객사들을 확보했다고 선언했습니다. 퀄컴을 고객사로 확보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지금 '안보'를 내세워서 반도체 공장을 미국에 짓고, 팹리스, 그러니까 퀄컴 같이 생산을 위탁 맡기는 업체들한테 '미국 공장에서 칩을 만들라'고 압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 업체인 인텔과 퀄컴이 손을 잡았다는 건 미국 정부의 노림수가 통했다는 겁니다. 겔싱어의 전략, 즉 미국 정부를 등에 업고 고객사를 확보하겠다는 게 먹히고 있다는 겁니다. 인텔 직원들의 분위기도 갤싱어 취임 이후 좋아졌다고 합니다. 직원들하고 커뮤니케이션도 활발하게 하고 있고요. 내부에서도 '반전의 희망이보인다' 이런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 정부 지원, 노하우, 덜 오른 주가는 긍정적 평가
그렇다면 투자포인트는 뭐가 있을까요. 우선 인텔의 집토끼라고 불리는 'CPU 경쟁력'입니다. 관건은 AMD와의 경쟁에서 시장을 지킬 수 있느냐인데, 전 세계적으로 일단 노트북, PC, 데이터센터 수요는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왜냐면 5G, AI가 확산하면서 구글, 아마존 같은 클라우드 기업들이 계속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습니다. 그러면 여기에 들어가는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수요도 계속 커지는 것입니다. 시장의 20% 이상을 내주더라도 내주더라도 계속 캐시카우 역할은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두 번째는 파운드리인데, 제가 생각했을 땐 상당히 경쟁력 있다고 판단됩니다. 혹자는 '갑' 마인드로 똘똘 뭉친 인텔이 '을' 서비스인 파운드리에서 성공할 수 있겠냐는 얘기를 하는데. 결국 중요한 건 '기술력'입니다. 인텔의 기술력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긴하는데 퀄컴을 고객으로 확보한 것에서 알 수 있듯, '미국 기업'이란 이점은 갖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뒤에서 밀고 있는 것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겁니다.
그리고 최근 네덜란드 반도체 업체 ASML을 언급하면서 "차세대 장비는 가장 먼저 공급받는다"고 선언했거든요. 사실 기술력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나온 게 ASML의 EUV 장비를 활용하지 않아서 그런건데, 이 포인트에 반성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세 번째는 자율주행차나 프로그래머블 반도체로 불리는 FPGA 같은 '신사업'에도 발을 걸치고 있습니다. 2017년 모발아이라는 자율주행차용 비전, 카메라 관련 스타트업을 인수했고요, 최근 뉴욕에서 테스트에 들어갔습니다.
마지막으론 주가가 경쟁업체 대비 덜 오른 점이죠. 시가총액은 지난 7일 기준 TSMC, 엔비디아는 물론 ASML보다 적습니다. 최근 1년 주가 상승률도 엔비디아 8분의 1 수준입니다. PER은 11~12배 수준으로 역사적인 PER 15배에 못 미치고 있습니다. 저평가라고 판단하긴 이르지만 주가가 안 오른 건 맞습니다.
물론 탈 인텔 움직임은 큰 리스크 요인입니다. 기술개발 로드맵이 정말 인텔의 발표처럼 순조롭게 진행될 지 등은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실리콘밸리=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