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재집권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들이 권리 보장을 요구하며 연일 거리 시위에 나서고 있다. 이에 탈레반은 여성 시위대를 막기 위해 경고 사격과 최루탄 발사 등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다.
4일(현지 시각) 톨로 뉴스 등 현지 언론과 스푸트니크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은 수도 카불에서 최루탄을 쏘고 공포탄을 발사하며 여성 시위대 해산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한 여성은 탈레반 대원에게 폭행당했다고 스푸트니크통신은 전했다.
전날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는 아프간 여성 운동가로 구성된 ‘여성 정치 참여 네트워크’ 회원 수십 명이 모여 여성의 권리와 사회 진출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아프간 재무부 앞에서 여성의 평등권과 참정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여성의 정부 참여와 헌법 개정을 요구하는 피켓도 들었다. 이 과정에서 탈레반 대원들과 시위대 간에 대치 상황도 벌어졌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지난 2일에는 서부 헤라트에서 여성들의 가두시위가 진행됐다. 탈레반의 아프간 재집권 이후 처음으로 열린 여성들의 공개 시위였다. 당시 모인 여성 50여 명은 탈레반이 준비 중인 새 정부에 여성을 참여시키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여성 없이는 어떤 정부도 존속할 수 없다"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지난달 16일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은 여성들에게 인권을 보장하겠다고 발표했다. 탈레반은 과거와 달리 여성도 히잡만 쓴다면 교육을 받고 일자리를 구할 수 있으며 혼자 집 밖에 나가는 것이 허용된다고 했다.
그러나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이후 현지에서 한 여성이 부르카 없이 외출했다가 탈레반의 총에 맞아 숨졌다는 등의 보도가 나왔다.
카불의 한 시민은 영국 매체 더 선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탈레반이 변했다고 믿고 싶다. 그러나 모두 탈레반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호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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