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관련 역대 최대 규모 사기 사건이라고 불리는 브이글로벌 사건 피해자라고 밝힌 배우 강인아가 자신에게 투자를 강요했던 A 씨가 여전히 투자 강요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인아는 3일 한경닷컴에 "(브이글로벌 투자가) 불법 피라미드 같다는 생각에 처음엔 거부했으나 A 씨가 '연예인인 나를 못 믿냐'고 회원 가입을 강요했다"며 "A씨가 '연예인인 나를 못 믿냐'고 회원 가입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강인아는 총 7000만 원을 투자했고, 5600여 만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SBS '신사의 품격', MBC '오로라 공주', '내딸금사월' 등에 출연한 단역 배우 강인아는 메가 히트곡을 갖고 있는 유명 가수 A 씨와 20년 가까이 인연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혼 후 지방에서 카페를 하면서 아이를 양육했던 강인아에게 A 씨가 찾아왔고 "내가 사랑하는 동생이라 꼭 했으면 좋겠다"면서 상품 가입을 강요했다는 게 강인아의 설명이었다.
또한 "A 씨는 2인1조로 활동했는데, A 씨의 파트너가 꽤 높은 등급을 갖고 있어 신규 회원을 유치하면 수당을 받았다"며 "아이를 키우기 위해 카페를 하면서 한푼두푼 모은 돈을 투자했고, 그 후엔 '전세금을 빼서 넣어라', '카드론 대출이라도 받아 돈을 넣어라'라고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강인아는 "카드론은 이자가 세지 않냐고 하니 A 씨는 '300% 고정 수익을 주는데, 20% 이자가 무섭냐'면서 투자를 독촉했다"며 "지금 하지 않으면, 나중엔 하고 싶어도 못한다고 하면서 빨리 돈을 넣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브이글로벌은 "거래소에 최소 600만 원을 넣고 계좌를 개설하면 단기간에 투자금의 세 배인 1800만 원을 준다", "다른 회원을 유치할 경우 120만 원의 소개비를 주겠다"고 하는 등 300%의 수익과 각종 수당 지급을 내세워 회원을 끌어모았다. '불법 피라미드' 방식으로 신규 회원을 모으고, 이 돈을 '돌려막기' 방식으로 투자자에게 건네다 약속한 수당과 환불을 받지 못하는 피해 사례가 속출했다.
지난 6월엔 브이글로벌 대표 이모 씨와 같은 계열사인 브이에이치 대표 등 4명이 형법상 사기와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지난달 수원지검 형사5부(부장 신태훈)는 최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해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다.
올해 5월 경찰이 브이글로벌 사무실을 처음 압수수색 할 당시 피해자와 피해 금액은 각각 4만여 명, 1조7000억 원으로 추사됐지만 이후 수사를 통해 피해자와 피해 금액 모두 늘어났다. 경찰이 운영진 체포 영장에 명시한 피해 회원은 5만2000여 명, 피해 금액은 2100억여 원이지만, 피해자들은 피해자와 피해 금액이 최대 6∼7만 명에 3조8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있다.
2017년부터 올해 4월까지 발생한 암호화폐 관련 범죄 총 피해액이 1조7083억 원이라는 점에서 브이글로벌의 피해 규모는 '역대급'이라는 평이다.
강인아가 공개한 단체 채팅방 대화를 보면 브이글로벌 문제가 불거진 후에도 A 씨는 '언론플레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또한 운영진을 위한 탄원서 제출을 요구하기도 했다.
강인아는 브이글로벌 운영진 구속 후에도 A 씨와 파트너 B의 투자 강요가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브이글로벌 관계자들이 나와서 그 시스템을 갖고 차린 회사가 있는데, 그곳에 돈을 넣으면 300% 수익을 줄테니 손해본 금액을 만회할 수 있다"고 했다는 것.
강인아는 "돈이 없다고 하니 '사채를 받아 오라'고 했다"며 "피해금액을 줄이고 싶어 또 돈을 넣었지만 똑같이 받지 못했고, 결국 고소를 한 후에야 추가적으로 투자한 금액 원금을 받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웃긴건, 그렇게 고소를 했는데 2주 전에도 저에게 또 다른 회사로 투자 제안을 했다"며 "저 말고도 연예인 피해자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인아는 또 "A 씨의 남편이 매니저인데, 600만 원 짜리 계좌 1개로 높은 등급까지 갔는데 그게 주변 사람들을 많이 영입해서 그런 것"이라며 "인맥이 그 쪽이다 보니 연예계 피해자도 여럿인데, 이 사람들은 유명 가수인 A 씨와 매니저인 그의 남편에게 찍히거나 보복을 당할까봐 본인을 알리고 싶지 않아 한다"고 말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