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시는 그냥 먹어도 좋지만 더 맛있게 즐기는 요령이 있다. 스시 전문가들은 먼저 먹는 위치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4인 이상의 모임이 아닌 2~3인 정도가 식사한다면 테이블 또는 방보다 가급적 ‘다치바(立場)’라고 불리는 스시 카운터에서 먹을 것을 추천한다. 조리장들 사이에선 스시를 내놓으면 3초 안에 먹어야 그 맛이 가장 좋다는 게 정설로 통한다. 스시 카운터는 즉석에서 원하는 스시를 하나씩 주문해 먹을 수 있어 오마카세 본래의 장점도 최대한 누릴 수 있다.
먹는 순서는 개인 취향에 달렸다. 하지만 스시를 맛있게 먹기 위한 기본 순서를 기억해서 손해볼 건 없다. 보통 담백한 것부터 시작해 자극적인 것을 먹는다. 담백한 흰살생선을 먹은 뒤 기름기가 많은 붉은살 생선과 조개, 절여 나오는 등푸른 생선을 먹는 식이다. 재료의 풍미가 강한 군함스시, 붕장어 등 양념이 발라진 단맛스시, 식사 마지막엔 마키를 먹는다.
스시와 스시 사이엔 미각을 돌려놓기 위해 주로 초생강을 먹는다. 생선 비린내를 잡아준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오마카세 스시집인 ‘김수사’에서 일하는 김상준 조리사는 “비린내가 날 수 있는 등푸른 생선, 느끼한 참치 등과 초생강을 함께 먹으면 좋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초생강은 단맛이 강해 자주 먹으면 자칫 미각이 둔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스시를 먹는 사이엔 초생강보다 오차(일본식 녹차)를 조금씩 마시며 입가심하는 게 낫다. 오차는 75도 정도로 뜨겁게 나와 혀에 남아 있는 생선의 비린내와 기름기를 말끔히 씻어내준다. 스시와 함께 나오는 된장국은 일본에선 처음부터 곁들이지 않는다. 된장의 강하고 진한 맛이 스시 맛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급적 스시를 다 먹은 뒤 먹는 게 좋다.
흰살생선을 먹을 땐 간장 대신 두 손가락으로 소금을 약간 뿌려 먹으면 담백한 식감을 살릴 수 있다. 와사비(고추냉이) 양도 스시마다 다르다. 참치 뱃살처럼 기름기가 많은 붉은살 생선은 와사비가 그다지 맵게 느껴지지 않기에 많이 넣지만, 담백한 흰살생선에는 조금만 넣는다. 바다 향이 많이 나는 조개류엔 그 중간 정도만 넣는 게 일반적이다. 간장을 찍을 땐 세워진 스시를 90도로 눕힌 뒤 집어 생선살 끝에 살짝 찍어야 한다. 밥알에 찍을 경우 간장이 흡수돼 스시가 부서질 수 있다. 스시는 젓가락 대신 손으로 집어먹어도 무방하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