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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원칙도 효과도 없는 백신 인센티브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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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미국 주재원으로 일했던 A씨가 국내 본사로 복귀한 건 두 달여 전이었다. 그때만 해도 A씨는 주변의 부러움을 샀다. 코로나19 백신이 넘쳐나는 미국에 있었던 덕분에 국내 직장동료들보다 훨씬 빨리 백신 접종을 완료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당시 백신을 맞은 사람에게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 특권’과 사적 모임 최대 허용인원에서 제외하는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공언했었다. 한국에 입국할 때도 미국에서 발급받은 ‘코로나19 백신(화이자) 접종완료 증명서’를 제출해 2주 자가격리도 면제받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A씨는 이제 ‘역차별’을 받는 신세가 됐다. 정부가 해외에서 백신을 맞은 사람을 ‘사적 모임 인센티브’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똑같은 화이자 백신이라도 국내에서 맞아야 저녁 모임 허용인원(4단계 2명)에서 빼준다는 얘기다. A씨처럼 해외에서 맞은 사람은 ‘백신을 안 맞은 사람’으로 친다는 뜻이다.

왜 이런 이중잣대가 생겼을까. 정부가 내건 이유는 “해외 접종자의 경우 실제 접종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내 질병관리청이 발급하는 예방접종 증명서를 받은 사람에게만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의미다.

A씨는 분통을 터뜨린다. “입국할 때 2주 자가격리 면제 혜택을 준 건 뭐냐. 해외에서 백신을 맞은 사실을 정부가 확인했기 때문에 자가격리 면제 인센티브를 준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국내 입국자들의 백신 접종 여부는 곧바로 질병관리청 전산에 등록된다. 그래서 A씨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백신 접종 리스트에도 오르지 않았다. 정부 스스로 A씨를 백신을 맞은 사람으로 분류해 백신 접종 대상에서 뺐으면서도 백신 접종 이력을 확인할 수 없어 인센티브를 줄 수 없다는 자기모순에 빠진 것이다.

A씨가 백신 인센티브를 받는 방법은 두 가지뿐이다. 방역당국에 “사실은 미국에서 백신을 맞지 않았다”고 거짓 진술한 다음 국내에서 백신을 다시 맞거나, 언젠가 국가별로 신뢰할 수 있는 인증체계가 개발돼 국내 시스템과 연계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리는 것이다.

더 황당한 건 이런 이중잣대가 현장에서 지켜지지도 않는다는 데 있다. 기자가 1일 서울 시내 음식점에 전화해 ‘해외 접종자도 저녁 6시 이후에 4명까지 모일 수 있냐’고 물어보자 10곳 중 9곳이 “해외 접종 증명서를 갖고 온다면 가능하다”고 답했다. 접종 인센티브가 국내 접종자에게만 해당된다는 걸 아는 곳은 단 한 곳뿐이었다. 상식을 벗어난 정책이 국민 공감을 얻을 리 없다. 원칙도 없고, 효과도 없는 정책을 왜 고집하는지 수많은 A씨들이 방역당국에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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