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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우등생만 살아남는다"…탄소중립에 목숨 건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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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은 더 이상 사회공헌을 위한 선언적인 의미가 아니다. 기업들이 시장에서 투자자금을 모으기 위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경영전략이 됐다. 탄소중립 대책을 갖추지 못한 기업은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려울 정도다. 개인투자자뿐 아니라 기관투자가들도 탄소중립을 위한 중장기 대책이 없는 기업은 미래 비전이 없다고 평가하는 추세다.
SK “탄소중립 경쟁에서 이기겠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6월 22일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1 확대경영회의’에서 “향후 탄소 가격이 생각보다 더 빠르게 올라갈 것을 감안하면 넷제로(Net Zero)는 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경쟁력의 문제”라며 “남들보다 더 빨리 움직이면 결국에는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넷제로는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을 같게 해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든 상태로, ‘탄소중립’과 같은 의미다.

SK그룹은 탄소중립 관련 시장 선점을 위해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글로벌 탄소중립 목표 시점인 2050년보다 앞서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2050년이 도래하기 전까지 이산화탄소 등 7개 온실가스를 직접 감축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는 게 핵심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7월 향후 5년간 30조원을 투자해 정유·화학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친환경 사업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한 ‘중장기 경영전략’을 발표했다. 전기차 등 친환경 자동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사업부를 분할하고, 생산역량을 현재 40GWh 수준에서 2025년 200GWh 수준으로 5배가량 높일 계획이다.
현대차·기아,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현대트랜시스 등 주요 5개사는 지난 7월 ‘한국 RE100 위원회’에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다. RE100은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다. 글로벌 비영리단체인 ‘기후그룹’과 글로벌 환경경영 인증기관인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CDP)’가 주도하는 캠페인이다.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것이 목표다.

현대차 등 5개사는 2050년 RE100 달성을 목표로 하되 각사의 여건과 해외 진출 사업장의 에너지 수급 상황에 따라 2040년 이후부터 조기 달성도 추진한다. 5개사는 공동 진출한 글로벌 사업장에서 RE100 대응 협업 체계를 갖추기로 했다.
삼성, 전 제품에 탄소저감 노력
삼성전자는 전 제품에 걸쳐 탄소저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 TV인 ‘삼성 Neo QLED’는 탄소저감 노력을 인정받아 ‘카본 트러스트(Carbon Trust)’로부터 ‘탄소 발자국-탄소저감 인증(Reducing CO2)’을 받았다. 카본 트러스트는 영국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과 온실가스 감축을 목적으로 설립한 인증 기관으로, 4K 이상 해상도를 가진 TV가 이 인증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탄소 발자국 인증은 생산, 유통, 사용, 폐기까지 제품의 전체 라이프사이클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국제기준에 의거해 평가하며, 특히 탄소저감 인증은 기존 동급 모델 대비 탄소 발생량을 줄였을 때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엔 세계 반도체업계 최초로 전 사업장에 대해 카본 트러스트의 ‘탄소·물·폐기물 저감’ 인증도 받았다. 경기 기흥 화성 평택, 충남 온양 천안 등 국내 5곳과 미국 오스틴, 중국 시안 쑤저우 톈진 등 3개 사업장에 대해 탄소·물·폐기물 저감 인증을 받고, ‘트리플 스탠더드(Triple Standard)’ 라벨을 취득했다.

트리플 스탠더드는 3년간 사업장의 △탄소 배출량 3.7% △물 사용량 2.2% △폐기물 배출량 2.1%를 저감하고, 각 분야의 경영 체제에 대한 종합평가 기준을 만족한 기업에 주어진다.
LG, 지속 가능한 탄소중립 전략
LG는 새로 펼쳐진 ESG 시대를 기회로 보고 사업구조를 재편 중이다. 구광모 ㈜LG 회장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ESG 경영 체계 구축을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는 지속 가능한 LG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LG화학은 세계 최대 바이오 디젤 기업인 핀란드 네스테(Neste)와 전략적 파트너십(MOU)을 맺고 바이오 원료를 활용해 친환경 합성수지를 생산하기로 했다. 화석 원료를 바이오 원료로 대체하면 동일한 투입량 기준 기존 제품 대비 온실가스를 50%가량 줄일 수 있다.

LG전자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17년의 50% 수준인 96만t으로 줄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생산공정에 고효율 설비와 온실가스 감축 장치를 더 많이 설치하기로 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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