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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최대 사기극' 테라노스 법정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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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 역사상 가장 큰 사기극으로 남은 바이오 진단기업 테라노스 사건의 주인공이 법정에 선다. 테라노스를 창업한 엘리자베스 홈스(37)의 형사재판을 맡은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연방법원은 31일(현지시간) 배심원단 구성에 들어갔다. 재판은 오는 8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한때 실리콘밸리의 혁신을 상징하며 ‘차세대 스티브 잡스’로 불렸던 홈스는 최장 20년의 징역살이를 할 처지로 전락했다.

테라노스 사건은 무엇
홈스는 19세인 2003년 테라노스를 창업했다. 그는 “손가락을 찔러 나온 소량의 핏방울로 암을 비롯한 200개 이상의 질환을 저렴한 비용으로 진단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했다”고 테라노스를 소개했다. 세계 바이오업계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예상됐던 기술에 투자자들이 몰렸다. 미 유통기업 월마트의 월턴 일가,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 등 유명 인사들이 각각 1억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2014년 테라노스의 기업가치는 90억달러(약 10조원)로 평가되며 세계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10대 스타트업에 들었다.

홈스는 검은색 터틀넥을 입고 다니며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와 같은 혁신적 기업인 이미지를 구축했다. 미 명문대인 스탠퍼드대 화학과 중퇴자란 이력도 후광을 더했다. 젊은 금발 미녀라는 외적인 요인과 탁월한 말솜씨도 그가 스타덤에 오르는 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테라노스의 정체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손가락에서 채취한 혈액으로 정확한 진단 결과를 얻기는 과학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테라노스는 투자자들에게 기술과 관련한 명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비밀주의’로 일관했다. 의문을 나타낸 테라노스 임직원들은 해고당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15년 테라노스의 실체를 폭로하는 기사를 보도하면서 홈스는 순식간에 몰락했다. 테라노스의 진단기기로 확인할 수 있는 질병은 극소수에 그쳤으며 그나마도 다른 회사 기기를 무단 도용해 결과를 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2018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캘리포니아주 북부 검찰청은 홈스와 테라노스에 사기 혐의 등을 적용했다. 그해 9월 테라노스는 문을 닫았다.
유죄 판결나면 20년 징역
캘리포니아주 북부 검찰청은 홈스에게 12가지 사기 및 사기 공모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새너제이 연방법원은 이달 8일부터 올 12월 중순까지 재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홈스는 전부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그는 혐의를 벗기 위해 오랜 연인 관계였던 라메시 서니 발와니 전 테라노스 사장과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홈스는 20세 연상의 유부남이던 발와니와 10년 동안 비밀리에 불륜 관계를 맺어왔다. 홈스는 발와니로부터 성적, 정신적 학대를 당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었으며 테라노스를 경영하는 동안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홈스가 신생아의 어머니란 점을 내세워 동정 여론을 일으킬 가능성도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2019년 캘리포니아 에번스호텔의 후계자인 윌리엄 에번스와 비밀 결혼식을 올렸고 지난 7월 아들을 출산했다.

혁신기업에 투자해 ‘대박’을 노리는 유동성이 다시 넘쳐 흐르는 최근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테라노스 사태에서 얻은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WSJ는 “검증되지 않은 기술을 향한 맹신, 자신을 과대포장한 기업인의 비밀주의가 테라노스 사태의 원인이었다”고 경고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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