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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통신·금융…AI 입은 로봇이 현장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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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솔루션이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영 데이터 관리 등 단순 반복 작업에 집중했던 RPA가 인공지능(AI)이란 옷을 입으면서 생겨난 변화다. 똑똑해진 RPA는 최근 제약·통신·금융업 등지에서 난해한 빅데이터까지 거뜬히 처리하며 ‘생각하는 직원’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관련 시장 역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스스로 일하는 ‘스마트 RPA’
30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오는 10월까지 AI 기반 RPA 솔루션을 제약 제조 공정에 도입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지난 3월부터 광학문자인식(OCR) 기술과 AI 기반 RPA를 연계해 약품 품질을 높이는 작업에 들어갔다.

통상 약품을 만드는 과정엔 수작업이 많이 들어간다. GMP(제조 기준 설정)부터 수백 가지 원료 입력까지 파악해야 하는 데이터도 많고 복잡하다. 한미약품 RPA 체계는 내장된 AI 모델이 약품 성분 조합 공식과 각각의 효과를 스스로 학습하고 이에 따른 데이터 입력을 자동화한다. 원료정보 등의 비정형 데이터 역시 자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어 공장 근로자의 특별한 지시를 요하지도 않는다. 사람이 일일이 명령을 내려야 하는 기존 RPA는 할 수 없던 일이다.

LG유플러스는 세계 3대 RPA로 꼽히는 미국 유아이패스와 협력하고 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공사 일정 분석을 자동화하는 등 160가지 네트워크 관련 업무를 RPA로 대체하고 있다. 역시 AI 기반이다. SK텔레콤은 통신장비 임차료, 전기료 등 연간 10만 건의 데이터를 자동 처리하기도 한다. 이봉선 유아이패스코리아 최고기술책임자(CTO)는 “AI 기반 RPA는 각 부서가 필요로 할 만한 데이터를 스스로 뽑아 송부하는 일까지 할 수 있다”며 “이전 같으면 직원 여럿이 하던 일”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도 주로 정보 조회 업무에서 스마트 RPA를 확대 적용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2022년까지 수입신용장 개설 시 조항 점검 등 200개 분야에 AI 기반 RPA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여신과 외환 업무 등 60가지 부문에서 적용을 완료했다. 우리은행 역시 상품정보 점검, 지식재산권 담보 관리 등에 이를 활용하며 잉여 업무를 약 4만 시간 줄일 계획이다.
비정형 데이터도 거뜬…시장 대폭발
RPA 솔루션은 2010년대 중반부터 국내에 도입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입력된 명령만 수행해 인간을 돕는 솔루션에 불과했다. 주로 전사적자원관리(ERP)에 연동해 인사·구매·회계 등 경영지원 분야에서 발생하는 단순 데이터 관리 업무에 쓰였다.

변화가 시작된 계기는 AI 기술이 발전하면서다. 소리, 시각 이미지 등의 비정형 데이터를 인식하고 필요 작업을 스스로 판단하는 형태는 RPA 솔루션의 대표적 구조로 자리했다. 광학식 문자판독(OCR)·자연어처리(NLP)·기계학습(ML) 등 AI 기술이 기반이다. RPA가 기업 핵심 데이터를 직접 분석할 수 있게 된 이유기도 하다.

2019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RPA와 AI의 결합이 25배의 생산성 향상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라며 ‘RPAI(RPA+AI)’ 개념을 선제적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 흐름이 가속화하며, 시장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테크나비오에 따르면 AI 기반 RPA 시장은 2024년 88억752만달러(약 10조2572억원) 규모로 올해 대비 세 배 성장할 전망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AI가 기업 IT 시스템을 바꾸는 ‘지능정보화’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며 “RPA 영역에서도 AI가 산업을 바꾸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사람이 하는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업무를 소프트웨어(SW) 로봇으로 대체하는 기술이다. 사용자의 지시 아래 정형 데이터 수집, 저장 등 단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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