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스타의 TV 출연이 잦다. 흥미로운 사연으로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유도 동메달리스트 안창림 선수가 대표적이다.
동메달 결정전에서 경기 종료 7초를 남기고 절반승을 거두면서 인기를 얻었다. 여기에 재일동포 3세로 일본의 귀화 제의를 뿌리친 스토리가 더해지면서 더 주목받게 됐다. 안 선수는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신이 중학생 때 ‘유도노트’에 적은 내용을 소개했다.
‘내가 지면 가족이 운다. 할아버지를 생각하라. 제일학교(조선학교) 동창과 동포가 응원하는 것을 잊지 마라. 유도는 싸움이다. 시합이란 죽음과 만나는 것. 지는 것은 죽음을, 이기는 것은 삶을 의미한다. 내가 자는 동안에도 강한 상대는 연습하고 있다.’
학생 운동선수 사이에선 운동노트(운동일기)가 흔하다. 다른 것은 몰라도 운동노트는 빼놓지 않고 기록하는 학생 선수가 많다.
안 선수처럼 운동에 대한 결연한 태도를 다지려는 게 주된 목적이다. 좀 더 실용적인 목적에서 운동노트를 적기도 한다. 운동방법, 운동량, 운동하면서 느낀 점 등을 기록해두고 나중에 참고하려는 것이다. 이런 식의 운동노트를 만든 선수가 그렇지 않은 선수에 비해 더 좋은 성과를 낼 것이란 점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주식투자에선 ‘손절한 종목은 절대로 돌아보지 말라’는 말이 있다. 미련을 갖고 다시 들어갔다가 더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아서다.
투자자 A씨가 그렇다. 지난해 투자한 바이오 종목이 급등세를 보여 한동안 밥 안 먹어도 배가 불렀지만 익절 타이밍을 놓쳐 오히려 손해를 보고 매도했다.
다시는 이 종목을 쳐다보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하지만 주가가 고개를 드는 듯하자 ‘미워도 다시 한 번’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매수 주문을 냈다. 순식간에 수십% 손실을 보고 손절했다. 처음 손절할 때의 다짐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 게 두 번 실패의 화근이었다.
B씨는 반대 경우다. ‘투자 실패 노트’를 작성한다. 근거 없는 낙관론에 기반해 ‘무작정 존버’를 감행하고 손실폭을 키웠던 경험,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 뇌동매매한 경험, 솔깃한 정보를 듣고 매수 기회를 놓칠까 봐 고가에 덥석 매수한 경험, 기대수익률을 훨씬 넘은 주가에 취해 방심했던 경험 등 B씨의 투자노트엔 실패한 투자와 후회스러운 투자의 경험이 기록돼 있다.
‘이거(종목) 빨리 사야겠는데’라는 조급함이 생길 때, ‘(주식계좌 수익률을 보면서) 이대로만 쭉 가면 좋겠는데’라는 느긋함이 생길 때 B씨는 자신의 노트를 들춰 본다. 조급함을 경계하고 느긋함에 취해 방심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투자노트를 만들어보자. 거창할 필요 없다. 특별한 형식을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나중에 자신이 보고 알아볼 수 있게만 기록하면 된다.
투자를 시작할 때와 투자가 끝난 뒤를 나눠서 생각해보자. 새로운 투자를 시작할 땐 이런 내용들이 포함될 수 있다.
먼저 자신이 그 종목을 선택하는 이유다. 투자 이유를 적으려다 보면 과연 옳은, 합리적인 선택인지에 대해 자연스럽게 되짚어 보게 된다. 그래서 뇌동매매를 막을 수 있다. 목표수익률과 예상 투자 기간을 적는 것도 좋다. 나중에 ‘무작정 존버’를 피하는 데 도움이 된다.
투자가 끝난 뒤엔 투자 이유가 합리적이었는지, 목표수익률과 예상 투자 기간을 생각했는지, 분할 매수 원칙과 손절 원칙을 지켰는지, 그렇지 못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등을 노트에 기록할 만하다.
주식투자를 한두 번만 하고 말 사람이라면 투자노트는 필요 없다. 하지만 계속 투자자로 살아갈 생각이라면 투자노트를 만들어야 한다.
“번거롭고 복잡하게 무슨 노트냐, 머릿속에 잘 정리해두면 된다”고 손사래를 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의 “이봐, 해봤어”가 생각난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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