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한은이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한 만큼 실수요자라도 무리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받아 단기 급등 지역의 아파트를 사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또 수익률에 민감한 상가,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은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이 예상됐다.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 타격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 인상의 여파로 주택 매매시장에서 거래량 감소, 집값 상승세 둔화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금리가 인상되긴 했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집값이 큰 조정을 받기보다는 거래량과 상승폭이 둔화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최근 금융권의 대출 한도 축소 등과 맞물려 투자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종전보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이자 부담이 증가하면 낮은 이자를 활용한 주택 구매와 자산 투자가 제한될 것”이라며 “투자 수요가 감소하면 주택 거래량과 상승 속도가 영향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기준 주담대 금리는 시중은행이 연 2.74%, 상호금융권이 연 2.94% 수준이다. 이번 인상으로 상호금융권의 주담대 금리는 연 3% 초반까지 오를 전망이다.
금리에 민감한 수익형 부동산 시장은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임차수요가 많지 않은 상가 등을 중심으로 수요가 위축될 것으로 전망됐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로 상가 공실률이 치솟고 임대료도 내리고 있어 금리 인상의 충격이 클 것”이라며 “파산하는 상가 등이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부동산 수익증권 거래플랫폼인 루센트블록의 안명숙 총괄이사는 “수익형 부동산이 주택시장에 비해 금리에 훨씬 민감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주택시장 규제의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오피스텔 시장의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주택은 공급 부족해 효과 제한적
금리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실수요자는 내집마련에 좀 더 신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무리한 대출을 받지 않고 가능하면 시세 차익이 보장되는 경우가 많은 청약시장을 노려볼 것을 주문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지금처럼 신규 입주 물량이 적은 상황에서는 아파트를 분양받는 게 최선”이라며 “기존 주택 매매는 수급 상황 등을 감안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함영진 랩장은 “몇 년간 이어진 호황의 변곡점이 다가올 수 있는 만큼 공급이 적거나 대기 수요가 많은 서울 강남이나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인기 주거지역 위주로 매수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원갑 위원은 “금리 기조 자체가 달라진 상황에서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는 절대 금물”이라고 조언했다.전문가들은 한은이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의지를 밝힌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송인호 부장은 “금리 인상이 추가적으로 이뤄지거나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주택시장도 더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장기적으로 매매가격이 하락 반전하는 곳도 나타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함영진 랩장은 “현재 집값이 다소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단기간에 상승해 있다는 게 문제”라며 “이런 상황에서 금리가 잇따라 오르면 공급이 많은 지역은 가격이 내릴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고, 임대차법에 따른 전세난까지 감안하면 부동산시장 안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심교언 교수는 “부동산 안정을 위해서는 훨씬 더 큰 폭의 금리 인상이 있어야 하는데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5년간 가장 높았던 기준금리가 연 1.75%였는데 지금은 여기에 크게 밑도는 수준”이라며 “재정확장 정책 등이 병행되고 있어 금리 인상에 따른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안명숙 이사는 “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에 시간이 지날수록 둔감해질 가능성이 크다”며 “전셋값이 잡히고 공급이 진행돼야 장기 안정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유정/이혜인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