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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KKR·베인 등 스타 PE들, 올해 왜 파는 데만 열중할까[차준호의 썬데이I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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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사가 매물로 나왔나요?'가 의미 없는 시장 환경 아닐까요. 지금은 낌새가 있을 때 무조건 팔아서 현금화할 시기죠. 똑똑한 사모펀드운용사(PE)라면 파티가 끝나기 전 짐을 챙겨 집에 가야죠."(글로벌 투자은행(IB) 고위 관계자)

올해 상반기 유례 없는 호황을 누렸던 인수·합병(M&A) 시장이었지만, 하반기부턴 불확실성이 하나둘씩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가장 큰 변수는 단연 금리 인상이다. 26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기존 0.5%에서 0.75%로 0.25% 포인트 올리면서 국내에서도 '초저금리 시대의 종말'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빚 투' 끝판왕 사모펀드, 금리인상 여파 불가피

PE들도 금리 인상에 따른 투자 환경 변화를 면밀히 살피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의 레버리지 투자, 즉 '빚투'를 조심하라는 이야기가 증권가에서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지만, PE야 말로 개인 차원의 레버리지와는 차원이 다른 고위험·고수익 투자를 주로 한다. 인수대금을 전부 타인의 자금으로 조달하는 '레버리지의 마술'이 주요 전략이기 때문이다. 유동성 파티의 최상단에서 즐기던 PE들이야말로 촉각을 세울 수 밖에 없다.

금리 변동은 다방면에서 PE에 영향을 미친다. 사모펀드(PEF)가 투자한 기업들은 보통 금리가 낮을 때 몸값이 올라간다. 인수후보들이 저금리를 활용해 더 많은 돈을 빌려 기업 매수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금리 인상에 따라 시중 유동성이 흡수되면 인수 후보들의 고민이 하나둘 더 깊어진다. 가격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친다.

PEF에 자금을 대는 기관투자자(LP)들이 금리 변화에 맞춰 자산 재분배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초저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PEF 출자를 포함한 대체 투자 확대에 공을 들여오던 기관들이 다시 채권이나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리는 식이다. 신생 운용사의 프로젝트 딜에도 뭉칫돈을 내던 LP들이 지갑을 닫기 시작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반기 환경변화에 대한 해석은 각 PE마다 천차만별이다. 다만 비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관계자 사이에선 유동성 장세 막바지를 활용해 각 PE들이 '파는 기술'을 보이는 데서 실력이 갈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국내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연방준비제도(Fed)의 테이퍼링(Tapering·양적완화 축소)가 본격화해 시장에 돈이 마르면 PEF입장에선 자칫 현금화할 시기가 2~3년 더 길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 좀 아쉽더라도 과감하게 파는 결정을 내린 운용사들이 실력을 드러내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지갑 열지 않고 현금 채운 스타 PE들

실제 국내 M&A시장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내온 국내외 PE들이 올해들어 유독 파는 데 집중한 모습을 보인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MBK파트너스는 올초 중국 물류사 에이팩스 매각에 이어 한국에선 두산공작기계도 팔았다. 일본에선 1위 골프사 '아코디언 골프' 매각에 착수했다. 주요 활동 무대인 한·중·일 3개국에서 회수에 나선 것이다.

반면 '사는 딜'에선 이전같지 않은 보수적 기조로 돌아섰다. 국내에서 잡코리아·이베이코리아·요기요 등 여러 공개매각 거래에 이름을 올렸지만, 성과를 보진 못했다. 한때 등장만으로도 다른 후보들의 의욕을 꺾을 정도로 타 후보대비 압도적으로 높은 가격을 제시해 승기를 잡아온 MBK였지만, 코로나19 시기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최근 한국경제신문 마켓인사이트와 인터뷰에서 "올 하반기엔 투자의 황금창(Golden Window)이 열릴 것"이라 공언했지만, 아직까진 국내 투자엔 나서지 않다보니 경쟁사 사이에선 일종의 '블러핑' 아니냐는 볼맨소리도 나온다.

베인캐피탈, KKR, TPG 등 글로벌에서 손꼽히는 PE들도 국내 시장에선 보유 자산 매각에 집중하거나 보수적인 투자 방침으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베인캐피탈은 투자 4년여만에 보톡스 1위 업체 휴젤을 최근 팔았다. 투자금 대비 약 2배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일각에선 "욕심을 더 낼 수 있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중국 판매 허가가 본격화되며 기업가치가 크게 상승할 시기임에도 거래 종결에 더 초점을 뒀다는 해석이다.

OB맥주·KCFT(현 SK넥실리스) 등 국내에서 연달아 '대박'을 거둔 KKR도 현재까지 내부적으로 국내에서 인프라성 투자 외에는 신규 경영권 인수 거래를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보기술(IT)·테크 분야에 강점을 보이는 TPG도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뱅크 상장전지분투자(Pre-IPO) 등 소수지분을 확보하는 그로쓰투자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을 뿐 경영권 인수 거래에선 잠잠하다.

◆PE들 자산 매각 '속도전' 이어질수도

하반기 전망을 비관적으로 점치는 관계자들 사이에선 델타 변이 바이러스 유행이 일부 PE들의 '생명'을 연장시켜 주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글로벌 변이 바이러스 재확산에 따라 테이퍼링 시점이 예상보다 더 연기되면서, 보유 자산 매각에 나설 시간을 벌어줬다는 해석이다. 한앤컴퍼니가 진행중인 한온시스템 매각 등 유동성 장세 막판에 투자회수를 시도하는 매물들이 좀 더 거래에 속도를 낼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들이 내놓은 매물들을 받아가는 곳이 그간 M&A 시장에서 좀처럼 얼굴을 들어내지 못했던 중견그룹 혹은 신생 PE들인 점도 주목할만한 특징이다. 대우건설·로젠택배 등 오랜기간 주인을 찾지 못한 문제 자산들이 넘치는 유동성에 힘입어 '제값'을 받았다. 신생 PE인 센트로이드는 뚜렷한 트랙레코드 없이도 조단위 테일러메이드 인수를 성사시켰다. 불확실성을 앞두고 공격적 확장에 나선 운용사와 움추리는 운용사 간 희비가 어떻게 엇갈릴지도 향후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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