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 있는 미군의 철군 시점이 이달 말로 예정된 가운데 아직 아프간에 남아 있는 미국인 수가 1500명으로 파악됐다. 미국에 협조했지만 아프간을 탈출하지 못하고 있는 아프간 국민은 25만 명가량으로 추산됐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사진)은 2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아프간에 있던 미국 시민권자 6000명 중 4500명이 대피했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아프간에 체류 중인 1500명 중 500명과 접촉해 아프간 수도 카불공항까지 이동하는 방법을 알려줬다고 설명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달 말로 정해진 미군 철수 시점은 변함 없지만 다음달 이후라도 미국인과 미국에 조력한 현지인을 대피시키려는 노력은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군 철수 이후 아프간 현지인들의 대피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이 수차례 아프간 국민의 이동을 막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미국을 도운 뒤 아프간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아프간 인원 수를 25만 명 정도로 추산했다. 미국 국방부가 매년 발행하고 미국 조력 아프간인을 돕는 전시연합회와 미국 대학 연구진 등이 분석한 ‘아프간 고용 보고서’를 바탕으로 나온 수치다. 또 다른 추정치는 10만 명에서 30만 명 이상으로 매우 다양하다고 NYT는 전했다. 당장 미국 이민자 지위를 획득할 수 있는 아프간 국민도 100만 명 이상이라고 했다. 이에 비해 미국 당국은 자국 특별이민비자 프로그램에 해당하는 현지 조력자를 5만 명 정도로 보고 있다.
CNN은 “아프간전을 도운 많은 아프간인이 자신의 대피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며 “카불공항 밖의 위험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인해 영주권자, 아픈 아이 등 아프간 현지인이 카불공항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가 우려하던 테러도 발생했다. 로이터통신은 26일 이탈리아 군 소식통을 인용해 “아프간인 100여 명을 태운 이탈리아 군용 수송기가 26일 아프간 카불공항을 빠져나오면서 총격 테러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날 피격으로 항공기가 파손되는 등의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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