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이 최근 재단장을 마친 서울 장충동 해오름극장에서 국악관현악 신곡을 초연한다. 다음달 1일 국립국악관현악단이 개최하는 음악회 ‘천년의 노래, Rebirth’를 통해서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해오름극장의 새 출발을 기념해 세 가지 국악관현악곡을 준비했다. 첫 곡은 작곡가 나효신이 쓴 ‘저 소나무처럼’이다. 현대음악에서 활용하는 기법을 국악기로 풀어냈다. 나 작곡가는 국악과 서양음악을 접목해 현대음악의 새 지평을 연 음악가로 유명하다. 그는 국악(1994년)과 양악(2003년) 두 분야에서 대한민국작곡상을 모두 받은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미국작곡가협회상도 탔다.
나 작곡가는 윤선도의 시 ‘오우가(五友歌)’에 등장하는 소나무를 작품 소재로 삼았다. 오우가 구절 중에서 ‘소나무야, 너는 어찌하여 눈서리 모르고 살아가는가’에서 영감을 받았다. 코로나19 확산이라는 혹독한 상황에서 굳건히 버티는 소나무를 해오름극장에 빗댄 것이다.
판소리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도 선보인다. 국가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산조 및 병창 예능 보유자인 안숙선 명창이 국립국악관현악단 반주에 맞춰 ‘흥보가 중 박 타는 대목’을 열창한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전속 작곡가 최지혜가 전통 판소리의 한 대목을 골라 관현악곡으로 바꿨다.
박자와 화성을 다채롭게 변용해 판소리와 관현악 반주를 조화시킨 점이 눈에 띈다. 전통 판소리의 계면조를 본떠 ‘꺾는 음’을 들려준 뒤 관현악 반주를 엮는 식이다. 기존에는 노래와 반주가 동시에 연주됐다. 협연은 휘모리 장단, 중중모리 장단 등 빠르고 경쾌한 가락으로 흘러간다.
공연의 메인 프로그램인 ‘천년의 노래’가 음악회의 대미를 장식한다.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낸 이어령 작가가 가사를 썼고, 국립합창단의 전속 작곡가인 우효원이 노래를 지었다. 국악계에서 보기 드문 대편성 합창곡이다. 63인조 국악관현악단 반주에 국립합창단원 59명이 독특한 화음을 들려준다. 크로스오버 그룹 라비던스의 멤버인 테너 존 노가 협연자로 나서 열창한다. 김성진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단원들을 이끈다.
총 5개 악장으로 이뤄진 작품에는 한국인의 한과 흥이 녹아 있다. 고요한 화음이 흐르는 첫 장 ‘신시의 아침’부터 성대한 합창으로 희망을 노래하는 ‘노래여, 천년의 노래여’로 끝맺는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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