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20일 SK머티리얼즈와의 전격적인 합병을 발표하면서 명분으로 내건 것은 경영 효율화와 주주가치 극대화다. SK㈜의 투자관리 역량을 SK머티리얼즈의 첨단소재 사업 노하우와 결합시켜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SK㈜ 관계자는 “첨단 핵심 소재 분야에서 사업 기회를 적극 발굴하고,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최적의 방안으로 합병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고부가 핵심 기술의 잇따른 출현으로 첨단소재 분야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지속적인 투자와 함께 경영전략을 고도화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SK머티리얼즈가 글로벌 첨단소재 분야에서 1위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SK㈜의 전문 투자 역량이 결합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통해 반도체, 전기자동차 소재 사업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경영효율성도 높인다는 게 합병을 결정하게 된 배경이다.
SK그룹 측은 이번 합병으로 첨단소재 분야의 사업 추진 체계가 지주회사로 일원화되고 지배구조가 단순화돼 기업가치도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SK㈜는 SK머티리얼즈 지분 49.1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합병법인의 기업가치가 높아지면서 주주들도 주주가치 제고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합병은 SK머티리얼즈가 특수가스 등 사업부문 일체를 물적 분할해 신설법인을 세우고, 이와 동시에 존속지주사업 부문이 SK㈜와 합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특수가스 신설법인은 SK㈜의 100% 자회사가 된다. SK머티리얼즈가 그동안 투자했던 SK트리켐, SK쇼와덴코 등 6개 투자회사도 SK㈜ 산하에 편입된다.
주식시장에선 이번 합병이 장기적으로 SK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마무리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선 SK㈜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뒤 지난 4월 출범한 ICT(정보통신기술) 부문 중간지주사인 SK스퀘어와 합병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SK하이닉스를 현재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두게 돼 각종 투자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 손자회사일 때는 투자를 해도 지분 100%를 사야 한다. 다른 기업과 합작투자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증시 전문가는 “SK㈜로선 최대주주의 지분가치 희석을 막으려면 기업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며 “그동안 적극적인 지분 투자를 통한 수익 극대화와 배당 확대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SK 측은 그러나 두 회사의 합병이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그 대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배터리 소재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 확대로 이어지고, 이를 통한 적극적인 주주환원도 가능한 만큼 두 회사 주주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윈윈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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