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증상이 없고 다른 장기들에 둘러싸여 조기진단이 쉽지 않아 5년 생존율이 지난 20년간 10% 수준으로 제자리인 ‘침묵의 암’ 췌장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새로운 영상법이 개발됐다.
경북대 유정수 교수(의학과)팀은 한국원자력의학원 김정영 박사, 서울아산병원 김송철 교수와 공동연구를 통해 췌장암을 높은 민감도로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리포좀 기반의 방사성의약품을 개발했다.
기존 나노입자 기반의 조영제들은 종양보다는 간과 비장 같은 주변 장기에 훨씬 더 높은 신호를 보여주는 근원적인 문제점이 있어 종양만을 선별적으로 영상화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장기별로 활성 차이가 큰 에스터가수분해효소(Esterase)을 활용한 새로운 영상전략을 고안하고 종양 이외의 장기에서 빠르게 분해되어 배출될 수 있는 영상조영제인 리포좀 기반 방사성의약품을 개발했다.
효소의 활성이 높은 간과 비장에서는 리포좀에 탑재된 특정 구조의 방사성추적자가 효소에 의해 빠르게 가수분해되어 소변으로 배출되어 간과 비장에서는 낮은 신호를 보여주었다.
반면에 종양에서는 효소의 활성이 낮아 방사성추적자가 오랜 시간 동안 높은 신호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특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개발한 영상전략을 활용해 동소이식 췌장암 모델에서 주변 장기의 백그라운드 없이 약 2mm의 작은 췌장암까지 선명하게 진단할 수 있었다.
간과 비장의 백그라운드 노이즈는 최소화하면서 쥐 체중의 0.03%에 불과한 췌장암에서만 특이적으로 높은 신호가 관찰되어 기존 나노입자 기반 조영제의 근원적인 백그라운드 단점을 해결하고 췌장암 조기진단의 가능성을 높였다.
연구팀은 췌장암에 과발현되는 엽산 수용체에 특이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엽산을 리포좀 표면에 도입해 췌장암에 대한 선택성을 높였다. 개발된 리포좀 기반 영상 플랫폼을 기반으로 종양 별 타겟팅 물질을 다양화한다면 종양 맞춤별 조영제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원자력연구개발사업과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결과는 나노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에이시에스 나노(ACS Nano)' 온라인에 지난 18일 발표됐다.
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