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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피싱 막고 대출심사…"KB혁신, 이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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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은행은 ‘느리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기술과 서비스의 변화를 수용하는 속도가 다른 업종보다 더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랬던 은행이 최근 들어 “확실히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시대 화두인 인공지능(AI) 혁신을 여느 업종보다 빠르게 행동에 옮기고 있어서다. 국민은행이 특히 AI 혁신에 적극적이다. 피싱 사기 방지부터 여신 심사, 금융 상담까지 대부분 업무를 AI 기반으로 바꾸고 있다. 변화를 이끌고 있는 박기은 국민은행 테크혁신본부장은 “혁신은 이제 시작”이라며 “AI가 고객의 자산을 관리해주는 AI 금융 비서, 뱅킹서비스를 플랫폼으로 제공하는 ‘서비스형 은행(BaaS)’까지 전에 없던 혁신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AI로 150억원 금융사기 예방
올 3월 AI 은행원 시범 도입, 4월 고객센터 AI 챗봇 ‘비비’ 고도화, 5월 AI 기반 보이스피싱 모니터링 시스템 시범 운영, 6월 영업점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RPA)’ 구현, 7월 AI 금리 승인 시스템 도입….

국민은행이 올 들어 단행한 AI 혁신이다. 내부 업무 효율화부터 대(對)고객 서비스 혁신까지 은행 업무 전반이 망라돼 있다. 박 본부장은 “하나하나의 시도가 업계의 변화를 이끌고 고객에게 유의미한 혜택을 주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3월 AI 은행원 도입은 국민은행이 금융권 최초로 시도했다. 국민은행의 서울 여의도 신관에 있는 ‘AI 체험존’에 가면 김현욱 아나운서의 모습을 한 AI 은행원이 통장 개설부터 예·적금, 청약 등 업무를 안내해준다. 국민은행의 시도는 업계에 신선한 자극이 돼 신한은행, 우리은행도 AI 은행원 개발에 나섰다. 연말엔 이들 은행 일선 점포에 AI 은행원이 본격 도입될 예정이다.

박 본부장은 “AI 기반 보이스피싱 모니터링 시스템은 사기 피해를 크게 줄였다”고 말했다. 올 5~7월 시범 운영만으로 대포통장 발생 건수가 이전보다 42% 감소했고, 150억원 규모의 금융 사기 피해를 예방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BaaS 도입 등 혁신 가속화”
박 본부장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훨씬 많다”며 “금융업의 핵심인 여신·자산관리 등을 AI 기반으로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이를 위해 기초를 탄탄히 다지고 있다. 지난해 금융 언어에 특화된 AI 모델 ‘KB-알버트(ALBERT)’를 개발했다. 금융 AI 모델 개발은 업계 최초였다. 박 본부장은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대출·투자 등 분야에 AI를 적용하려면 AI부터 금융에 특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내년 알버트를 기반으로 한 AI 기업 여신 심사 시스템을 선보일 계획이다. AI의 정확한 분석을 통해 어떤 기업에 얼마나 대출해줄지 결정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올 연말엔 국민은행의 ‘리브’ 앱에 AI 금융상담서비스도 적용한다. AI 보이스봇이 개인 성향에 따라 맞춤형 자산 관리 조언을 해주는 서비스다. 박 본부장은 “궁극적으로는 PB(프라이빗뱅커) 수준으로 고도화된 AI 금융 비서를 구현할 것”이라고 했다.

박 본부장은 미국 골드만삭스 등이 시도하는 BaaS 도입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했다. 최근 정보기술(IT) 기업의 금융 서비스 진출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이들의 업무 영역 확대는 은행권에 큰 위협이다. 하지만 IT 기업들은 은행업 등 인가(라이선스)를 받지 않아 금융 사업에 제약이 있다. BaaS는 은행이 IT 기업에 라이선스 없이 은행 관련 서비스를 할 수 있게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박 본부장은 “핀테크 확대란 위협 요소를 신규 사업 창출로 활용하자는 역발상”이라며 “BaaS를 통해 IT 기업과 협업 체계를 구축하면 은행의 숙원인 세계 시장 진출도 용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박기은 국민은행 테크혁신본부장

△1970년생
△중앙대 컴퓨터공학과 졸업
△대우통신
△한국컴퓨터통신
△이루온
△네이버 서비스플랫폼개발센터 팀장
△네이버클라우드 최고기술경영자(CTO)
△국민은행 테크혁신본부장


글=서민준 기자/사진=김영우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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