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가운데 탈레반과 우호 관계 증진에 나선 중국의 속내가 아프간에 매장된 수조달러 규모의 희토류에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 자산운용사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의 신흥국채권담당 국장인 샤말리아 칸은 17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 직후 중국이 탈레반과 협력하겠다고 나선 배경에 희토류 같은 자원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프간에는 최대 3조달러(약 3500조원) 규모의 희토류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희토류는 원소 주기율표에서 57번(란타넘)부터 71번(류테튬)까지의 란타넘족 15개 원소와 스칸듐, 이트륨 등을 더한 17종의 희귀한 광물을 말한다. 열 전도율이 높고 환경 변화에도 성질을 유지하는 항상성을 갖춰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산업과 군수산업에 두루 활용된다.
칸 국장은 "중국이 경제적 지원을 한다는 명목으로 탈레반과 우호 관계를 맺으려면 아프간에서 어떤 이득을 취하는지도 명백히 밝혀 국제사회의 승인을 받도록 해야 한다"며 "희토류를 채취하는 과정에서도 인권을 존중하는지 검증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중국에 지구 희토류의 35%가 매장돼 있다. 2018년 기준 생산량은 12만t으로 전세계의 70%를 차지했다. 희토류를 광석에서 정제하는 과정에서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기 때문에 선진국들은 대부분 자국에 희토류가 매장돼 있어도 채굴하지 않고 중국산을 수입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은 이미 희토류를 무기화하기 위한 제도를 갖춰가고 있다. 지난해 10월 특정 물품이나 기술 수출을 제한할 수 있는 근거법인 수출통제법을 제정하고 12월부터 시행했다. 또 지난 1월에는 희토류 총량 관리를 핵심으로 하는 '희토류 관리조례'를 입안하기도 했다.
중국은 아프간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고 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탈레반이 아프간 발전에 중국의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며 "중국은 아프간 평화와 재건에 건설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인프라 구축을 내세워 아프간 희토류를 확보하면 미국 등 서방 국가들에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중국은 인권 탄압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서쪽 신장위구르자치구 일부에서 아프간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탈레반이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IM) 등 신장위구르자치구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세력을 지원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도 탈레반과의 우호 증진에 적극 나서고 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