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바이올린 협주곡으로는 베토벤, 멘델스존, 브람스, 차이콥스키의 곡이 워낙 압도적 인기를 누리는 바람에 다른 좋은 곡들은 가려진 느낌이다. 헨리크 비에니아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2번도 그런 예다. 비에니아프스키는 폴란드 국적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과 여덟 살에 파리음악원 입학을 허락받았다. 출신을 따지지 않을 만큼 영재성을 인정받았던 것이다. 이렇게 프랑스 악파의 전통을 익힌 바이올리니스트로 성장한 후에는 1860년(25세)부터 12년간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에 재직하면서 훗날 러시아 악파를 일궈낼 제자들을 육성했다.
바이올린 협주곡 2번은 러시아에 머물던 1862년 완성됐다. 1악장은 긴 서주에 이어 독주 바이올린이 비장하면서도 우아한 서정을 노래하고, 쉼 없이 이어지는 2악장에서는 비에니아프스키 특유의 아름답고 애잔한 선율미가 펼쳐진다. 3악장은 분위기를 일신해 집시풍의 열정적인 선율 속에 화려한 기교가 펼쳐진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무지크바움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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