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6일 한국은행 금리인상 결정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의 경제보좌관을 지낸 박복영 국제대학원 교수(사진)가 금리인상을 촉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박 교수는 "코로나 재확산에도 ‘위드 코로나’(코로나와 공존) 단계로 접어들면서 경기둔화 조짐은 심각하지 않다"며 금리인상 여건이 무르익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18일 한겨레신문에 기고한 '가계부채와 한국은행의 역할'이라는 칼럼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해 3월부터 올 5월까지 청와대 경제보좌관을 지냈다. 박 교수는 "지난달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인상 가능성을 비교적 강하게 시사했다"며 "가계부채 상황을 고려하면 바람직한 방향이며 오히려 다소 늦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금융기관의 과도한 대출은 경제 전체의 안정을 위협하고 때로는 금융위기의 원인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계부채 관리를 비롯해 소위 거시건전성 정책은 중앙은행의 정책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은 결코 양분되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의 거시건전성 정책 '실탄'이 바닥난 만큼 금리인상으로 집값 과열과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억제해야 한다고도 했다. 박 교수는 "총부채상환비율(DTI)과 같은 대표적 거시건전성 정책수단의 여력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며 "한국은행이 거시건전성 정책의 주체가 되어 2011년 한국은행법 제1조에 추가된 조항대로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라고 설명했다.
기준금리 인상이 살아나는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고 자영업자를 비롯한 취약계층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금리인상이 경기둔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는 이해한다"면서도 "문제는 이 시점에서 무엇이 더 시급한가의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이자부담에 대해서는 "손실보상과 같은 재정정책 수단이 있다"며 "상환유예나 저금리 대출과 같은 금융지원 제도들을 유연하게 활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박 교수가 지난 5월까지 경제보좌관으로 근무한 만큼 그의 인식이 청와대 등에서도 폭넓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박 교수는 '진보 경제학자의 요람'으로 통하는 학현학파 출신이기도 하다. 학현학파는 변형윤 서울대 경제학부(옛 경제학과) 명예교수의 아호인 학현(學峴)에서 비롯했다. 변형윤 명예교수의 지도를 받은 서울대 경제학부 석·박사과정 제자들이 주축이다. 소득주도성장의 설계자인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과 주상영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위원도 학현학파의 일원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학현학파의 주상영 위원은 통화정책을 놓고 박 교수와는 상반된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열린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주 위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경기회복이 안정적 확장세로 이어지는 데 적잖은 시간이 소요된다"며 "기준금리 인상 논의는 백신 접종이 충분히 이루어진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달 금통위원들 가운데 유일한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로 꼽혔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