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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철수 선언 넉달만에…탈레반, 아프간 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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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15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을 점령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아프간에서 미군의 완전 철군을 발표한 지 4개월 만이다.

이날 아프간 정부는 “평화롭게 정권을 넘기겠다”며 탈레반에 항복을 선언했다. 탈레반은 2001년 10월 발발한 아프간 전쟁으로 그해 11월 카불에서 퇴각한 지 약 20년 만에 아프간을 다시 장악하게 됐다.
탈레반 오자마자 백기 든 아프간 정부
앞서 아프간 주요 거점을 모두 점령한 탈레반은 이날 카불로 진격했다. 탈레반은 “무력으로 점령하지 않겠다”며 아프간 정부에 항복을 종용했다. 몇 시간 만에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에 정권을 이양하겠다며 ‘백기’를 들었고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출국했다. 탈레반은 이날 카타르에서 아프간 정부 협상팀과 만나 권력 이양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미국 측도 동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 정부 항복 직전 카불에서는 엑소더스(대탈출)가 일어났다. 미국은 헬리콥터를 동원해 민간인과 외교관 등을 공항으로 실어날랐다. 아프간 국민들이 현금인출기 앞에 줄을 서며 현금을 인출했고 일부는 아프간을 빠져나가기 위해 공항으로 이동했다.

카불 점령 첫날 탈레반이 평화와 안전 보장을 외치고 있지만 앞으로 극심한 혼란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탈레반이 떠난 20년 동안 아프간 사람은 서구 문화에 익숙해져 있었다. 여성은 고등교육을 받았고 직업을 가졌다. 하지만 탈레반 수중에 떨어진 이상 다시 이슬람 원리주의가 아프간을 지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다. 국제사회의 우려를 의식한 듯 탈레반 대변인은 이날 인터뷰를 통해 “히잡을 쓴다면 여성은 공부를 할 수 있고 직업도 가질 수 있다”며 여성의 권리를 존중하겠다고 설명했다. 대변인은 또 여성이 혼자서 외출하는 일도 허용하겠다고 덧붙였다.

인접 국가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은 신장 위구르족 무장단체인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과 탈레반의 연계를 차단하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하는 상황이다. 파키스탄과 유럽연합(EU) 회원국은 수백만 명으로 추산되는 아프간 난민을 받아들일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미국 역사상 최장 전쟁
아프간 전쟁의 시작은 2001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슬람 무장 단체 알카에다가 그해 9월 11일 미 뉴욕 세계무역센터 테러 등을 저지르자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해 10월 미국이 주도한 연합군은 알카에다의 근거지로 지목된 아프간을 공습하며 아프간 전쟁의 막을 열었다. 같은 해 11월 연합군이 카불에 입성하면서 탈레반은 카불에서 쫓겨났다.

아프간 전쟁은 20년 동안 지속되며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전쟁이 됐다. ‘미국의 치욕’으로 평가되는 베트남전쟁(14년) 기간을 능가한다. 미국은 아프간과 이라크 전쟁에 2조달러(약 2340조원)를 썼으며 이자 비용까지 합치면 더 불어난다.

아프간 전쟁을 시작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후임들은 전쟁 처리 문제를 놓고 골머리를 앓아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7년 추가 파병을 시사했으나 2020년 2월 탈레반과 평화협정을 맺었다.

바이든 대통령의 철군 선언 4개월 만에 카불이 탈레반에 점령당한 이유를 놓고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프간 군인과 경찰 숫자는 서류상 35만 명이다. 그러나 이 중 상당수가 급여만 받고 복무하지 않는 이른바 ‘유령 군경’으로 알려지는 등 부패 문제가 심각했다.

“미국이 돌아왔다”를 외친 바이든 행정부에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아프간 사태를 지켜본 동맹국 사이에서 “미국에 의지할 수 없다”는 생각이 자리잡게 됐기 때문이다. 한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카불 함락이 예상보다 빨랐음을 인정하면서도 미군 철수는 옳은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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