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편의점, 커피전문점 등 200여개 제휴 업체에서 20% 할인 서비스를 무제한 제공하겠다며 관심을 모은 할인 결제 플랫폼 '머지포인트'가 최근 포인트 판매를 돌연 중단하고 사용처를 대거 축소해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금융당국이 위법성 여부를 검토하면서 서비스 중단·축소를 공식화했고, 이는 환불 사태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사용자들은 본사에서 환불약속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본사에는 환불을 받기 위한 사용자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사용자들의 환불 문제 뿐만이 아니다. 가맹점들 중 영세 자영업자들의 연쇄적인 피해가 예상된다. 해당사태를 모르는 자영업자들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폭탄 돌리기'의 희생자가 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가뜩이나 어려워진 자영업자들의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일부 커뮤니티의 이용자들이 해당 업체를 공유해 대거 물품을 구매하거나 결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또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여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나 단톡들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용자들을 향한 비판도 동반되고 있다. 더불어 해당 업체에 "사장님 조심하시라"는 선의의 전화나 미담까지 알려지는 등 '머지포인트' 사태는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서비스 축소에 사용자들, 자영업자에 손실 떠넘겨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일부 사용자들이 '머지포인트 사태'를 몰랐던 가맹점을 골라 음식을 대량 주문하는 등 남은 포인트를 소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부도날 어음으로 물건을 대량 구매한 셈이기 때문이다.머지포인트는 지난 11일 갑작스러운 서비스 중단·축소를 발표했다. 이후 머지포인트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결제해둔 포인트를 사용할 수 없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사용자들은 회사 측의 '먹튀(먹고 튄다) 가능성'을 제기하며 서울 영등포구 소재 머지포인트 본사를 직접 찾아 포인트 환불을 요구하기도 했다.
머지포인트 측은 이에 고객에게 순차적으로 90%를 환불해주겠다고 밝혔으나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회사 측이 환불 시점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부 가입자들은 아직 해당 사태를 모르는 제휴업체를 대상으로 남은 포인트를 소진하는 쪽을 택했다. 손실 위험을 결국 자영업자에게 넘기겠다는 것이다.
일부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아직 서비스가 중단되지 않은 음식점을 공유하는 등 조직적인 '좌표찍기' 움직임도 펼쳤다. 이른바 '머지머니 털이'가 알려지면서 다른 커뮤니티에는 이러한 이용자들을 ‘머지거지’라도 비하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폭탄 떠 넘기기에 피해는 고스란히 자영업자가 떠안게 됐다. 자영업자들은 머지포인트로부터 정산을 받지 못하면 그 손실을 모두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상대방을 속여 상품을 취득하려는 의사가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형법상 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다. 하지만 당장의 손실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 중단을 발표하기 이전에 결제한 대금에 대해서도 손실을 보전할 구제방법은 불확실한 상태다.
"최상위 피해자는 자영업자" 분통
이와 관련 소상공인·자영업자 대표 온라인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등에서는 자영업자들로 추정되는 누리꾼들의 분노 서린 글들이 이어졌다. 한 카페 이용자는 "좌표 찍어서 공유하고, 이게 사람이 할 짓인지 모르겠다"며 "물론 소비자도 피해자는 맞지만 (자영업자의 피해를) 모르고 하는 것과 알고 하는 것은 다르다. 너무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밖에 "(소비자들도) 속았네 어쨌네 하지만 다 떠나서 최상위 피해자는 자영업자다" "본인들이 피해입은 것을 왜 자영업자에게 떠넘기냐"는 등의 반응도 잇따랐다. 현재 이 카페에서는 "현금, 카드가 아닌 머지포인트로 결제하는 경우 주문을 받지 말라"며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머지포인트는 출시 1년여 만에 누적 가입자 수가 100만명을 돌파하면서 승승장구했던 업체였다. 대형마트, 편의점, 커피전문점 등 200여개 제휴 브랜드의 6만여개 가맹점(올해 6월 기준)에서 자유롭게 결제할 수 있는 할인 플랫폼이다.20% 할인받은 금액으로 결제가 가능해 이용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사용자는 선결제한 머지포인트를 제휴된 업체에서 현금처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광고에 유명연예인까지 출연하면서 이름값은 올라갔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머지포인트의 '전자금융업 미등록 영업' 가능성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머지포인트의 운영사 머지플러스가 금융당국에 전금업자 등록을 하지 않고 사업을 벌여왔다는 사실에 이용자들의 불안감은 가중됐다. 머지플러스의 위법성이 인정되면서 서비스가 중단되면 그간 결제해 둔 상당 금액의 포인트를 사용할 수 없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머지플러스는 지난 11일 머지포인트 판매를 돌연 중단하고 사용 가능한 업체 수를 대거 축소한다고 밝혔다. 서비스를 선불전자지급 수단으로 볼 수 있다는 관련 당국의 가이드를 수용해 적법한 서비스 형태인 '음식점업'만 가맹업체로 운영하겠다는 취지다. 구독서비스인 머지플러스도 임시 중단했다. 머지포인트는 환불을 원하는 고객들에게는 90% 환불해주겠다고도 공지했지만 처리 시점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신현아 /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