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드라마 '스카이캐슬' 속 예서 예서 엄마의 차가 2년 만에 돌아왔다. 스포티함과 고급스러움을 겸비한 '레인지로버 벨라' 이야기다. 극중 상류층인 한서진(염정아 분)이라면 세단을 탈 법했지만, 강인함과 유려함을 갖춘 '레인지로버 벨라'가 전면에 등장했다. 이후 '예서 엄마차'로 불리며 국내 여성 드라이버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레인지로버는 영국 왕실의 사랑을 받은 차였다. 군용차와 왕실차로 이름을 떨친 영국 대표 자동차 브랜드 랜드로버의 대중화 모델이다. 이중에서도 '레인지로버 벨라'는 오프로드에 기반한 브랜드의 정통성을 잇고 있지만 우아하면서도 부드러운 매력이 강점이다. 올해 연식변경을 거쳐 2021년형으로 돌아온 벨라를 타봤다.
오프로드 본성 숨긴 벨라…안정성·힘 돋보여
2017년 처음 등장했던 벨라는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넘나드는 차량이다. 일상용으로 부담스럽지 않은 온로드 차량이나 오프로드의 본성을 언제든지 발휘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힘과 안정성이 특징적인 차다.
시승은 레인지로버 벨라 P400 다이내믹 HSE로 진행했다. 연식변경 모델인데다 디자인 정통성이 있는 브랜드인 만큼 전작과의 외관 차이는 크지 않다. 다만 동력계의 변화는 확실하다. 전기 모터가 추가된 신형 엔진이 탑재돼 연비, 주행 성능 등이 개선됐다. 실내 역시 약간의 변화가 눈에 띈다.
이 차의 동력계는 3.0L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에 랜드로버에서 직접 개발한 48V 마일브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됐다. 여기에 8단 자동변속기 조합으로 최고출력은 이름에서 벌써 유추 가능한 400마력이다. 최대토크는 56kg·m,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시간)은 5.5초다. 2t이 넘는 묵직한 차체를 감안하면 꽤 날쌘 편이다.
저속에서의 가속은 모터의 응답성 덕에 확실히 즉각적이다. 답답하지 않게 밀어준다. 엔진 반응도 빠르다. 저RPM(엔진회전수)에서도 곧잘 속도를 높인다. 가속 질감은 부드러운 편이다. 400마력의 충분한 힘도 느껴진다. 오토홀드가 풀릴 때 살짝 지체되는 현상이 종종 발생하나 주행하면서 크게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제동력도 준수하다. 부드럽지만 급제동도 깔끔하게 해낸다.
코너링과 승차감에서는 이 차의 오프로드의 본성을 엿볼 수 있다. 묵직하니 안정적이다. 4.8m에 육박하는 차 길이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특유 높이감에도 '퉁탕거림'이 최소화된다. 조향도 원하는 만큼 잘 따라온다. 이와 관련 회사 측은 "벨라에는 끝까지 접지력을 유지하는 벨라의 지능형 사륜구동 시스템, 차체의 움직임을 초당 500회 감지해 향상된 승차감과 핸들링을 제공하는 어댑티브 다이내믹스 등의 특허 기술 등이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방지턱을 넘을 땐 탑승객을 꽉 잡아준다. 고급 세단 수준의 부드러움은 아니나 에어 서스펜션이 적용에 따른 SUV 전문 브랜드의 저력이 느껴지는 안정감이었다. 일상 주행에서는 엔진·노면 소음 등 외부 소음을 잘 걸러내는 편이다. 다만 속도를 어느 정도 높였을 때 들리는 풍절음과 엔진 소음은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곡선미 느껴지는 외관…실내는 첨단·고급화
외관 변화는 21인치 5포크 휠이 적용된 정도다. 이는 최상위 트림인 P400 HSE에 한해 기본 적용된다. 전장은 4797mm로 전 모델에 비해 7mm 줄었다. 전폭과 전고는 각각 2041mm, 1683mm로 이전과 동일하다. 축간거리(휠베이스)도 2874mm로 같다. 휠베이스가 적은 편은 아니나 실내 공간은 그렇게 넉넉하진 않다. 특히 2열 쪽이 그렇다. 트렁크에 공간을 좀 더 할애한 듯했다. 이 차의 트렁크 용량은 735L다.
전체적으로 각이 두드러지는 랜드로버 타 라인업과 달리 곡선이 돋보이는 외관이다. 부드러운 이미지가 여기서 기인하는 듯하다. 물결 모양의 브랜드 패밀리 그릴은 이 차량의 개성을 끌어올린다. 펜더 쪽으로 쭉 뻗는 램프 디자인은 세련미로 이 차를 완성한다. 보통 레터링이 큼직하게 들어간 차량은 다소 촌스럽기 마련인데 이 차는 그렇지 않다. 이마저도 멋으로 승화시킨다. 후면은 사각형의 램프 디자인과 훅 떨어지는 쿠페형 라인이 특징적이다. 방향 지시등에는 다이내믹 턴 시그널이 탑재됐다.
실내는 첨단, 고급스러움으로 요약된다. 디스플레이부터 가죽·크롬 소재 모두 고급감을 끌어올린다. 그간 지적받던 통풍시트는 이번에 들어가 더운 여름에도 안심이다. 스티어링 휠은 바뀐 부분 중 하나다. 디자인과 좌우 조작 버튼이 전체적으로 간결해졌다.
센터 디스플레이는 크기는 작으나 간결한 인터페이스 구성으로 직관적이고 사용하기도 편리하다. 처음 쓰는 사람도 빠르게 적응 가능한 수준이다. 국민 내비게이션 '티맵'이 내장됐다. 클러스터로 고스란히 연동되니 편리함은 배가 된다.
연비는 복합연비 기준 L당 8.9km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결합으로 연비는 기존(P380 모델 기준, 7.8 km/L) 보다 개선됐으나 객관적으로는 아쉬움이 남는 수치다. 도심에서는 8.0km/L, 고속 주행 시 10.4km/L까지 나온다.
올해 연식변경 모델부터는 디젤 라인업이 빠졌다. 가솔린 엔진이 전부인 셈. P250, P400 SE, P400 HSE 등 총 3가지 트림으로 출시되며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P400 모델부터 들어간다. 판매 가격은 9520만~1억1460만원의 범위로 형성됐다. 시승차인 P400 HSE는 1억1460만원부터 가격이 시작된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