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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민주주의 외치던 투쟁가들, 어쩌다 권위주의자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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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세계는 흔히 ‘민주주의의 고향’ ‘정치 선진국’으로 평가받는다. 정말 그럴까. 오랫동안 자유 민주주의를 지켜낸 미국과 유럽에서 믿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정치인들이 괴한에게 피살되는 등 다양한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과격분자의 충동적 사건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그들의 배후엔 치밀하고 교묘하게, 그리고 은밀히 일을 꾸민 지식인들이 있다.

미국 시사매체 애틀랜틱의 기자이자 존스홉킨스대 아고라연구소 선임연구원인 앤 애플바움이 쓴 《꺼져가는 민주주의 유혹하는 권위주의》는 전 세계에서 위협받고 있는 민주주의의 실태를 살펴보고 이를 수호하기 위한 길을 모색한다. 저자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이들의 출신이 다양하다고 지적한다. 서슬 퍼런 공산주의 국가에서 민주화 투쟁을 한 사람, 선진국 엘리트 코스를 밟고 정치인이 된 사람, 자유민주주의 이념에 투철했던 사람 등…. 이들의 공통점은 독재나 권위주의와는 인연이 없어 보였다는 것. 하지만 점차 권위주의에 이끌리며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양한 출신만큼 변화의 동기는 다양하다. 직업적 성공, 명예욕, 복수심, 피해의식, 영웅심리 등이다. 하지만 결론은 비슷하다. 저자는 “그들의 혀 놀림에 자유민주주의는 금방 폐기 처분해야 할 존재로 전락했다”고 주장한다. 헝가리 사자드베그재단의 기관지가 그런 사례다. 이 기관지는 정부에 비판적인 글을 실었다는 이유로 폐간당했던 역사가 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저자는 “현재는 기관지의 편집자가 나서서 ‘정부 정책 방침을 지원하는 것이 우리 기관지의 출간 목적이 돼야 한다’고 공언한다”고 꼬집었다.

책은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해서도 되짚어보게 한다. 한국은 민주화 이후 바쁘고 숨찬 30여 년을 보냈지만, 최근에는 비민주적·비상식적 사건을 전하는 뉴스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저자는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을 제시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는 우리의 동맹과 친구를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이다. 오직 그들과 함께할 때 권위주의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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