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조선시대 인물인 다산 정약용이 200년을 거슬러 현대로 ‘타임슬립’해 2022년 20대 대선에서 대통령이 된다면 어떤 정책을 펼칠까? 현대 정치인보다 더욱 뛰어난 식견으로 한국을 발전시킬 수 있을까?
다소 황당하지만 대담한 상상을 담은 소설 《대통령 정약용》이 던지는 질문이다. 현대로 온 정약용이 국민들의 간곡한 부탁을 받아들여 대통령이 되고, 젊은 인재 18인과 함께 정치, 경제, 농업, 금융 등 전방위적인 국가 개혁을 펼친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이 소설의 작가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원장, 미국 벨연구원 특임연구원 등을 지낸 윤종록 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사진)이다. 평생을 정보·과학기술 분야에 종사해온 그는 이 작품을 출간하면서 소설가로 데뷔했다.
대선을 앞둔 시기에 왜 정약용을 대통령으로 내세웠는지 물었다.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윤 전 차관은 “공직에 몸담은 사람들이 ‘어른’으로 모시고 존경할 수 있는 인물이라면 누구나 다산 정약용을 떠올릴 것”이라며 “대선 후보들이 정약용의 철학을 본받길 기대하면서 소설을 썼다”고 말했다.
윤 전 차관은 “소설 속에서는 정약용이 현대 문물을 보고 놀라는 것보다 무엇이 현대 한국에 부족한지 생각하는 걸 먼저 고민했다”고 말했다. 18~19세기 조정 내 당파 싸움의 피해자가 정약용이었던 만큼 현대 한국 정치의 여·야 대립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진단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윤 전 차관은 공직에 있을 때도 집필을 위해 정약용의 저서 수십 권을 틈틈이 연구하고, 정약용이 지은 한시(漢詩)를 소설에 싣기 위해 ‘정약용 전문가’로 유명한 박석무 다산연구소장을 찾아가 여러 번 조언도 구했다.
윤 전 차관은 개인적으로도 정약용과 이어지는 연결점이 많다. 그의 고향은 전남 강진군. 정약용이 1801년 신유박해로 18년간 유배 생활을 한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정약용은 외가인 해남 윤씨 가문의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윤 전 차관 역시 해남 윤씨 가문 일원이다. 그는 “행정고시 합격 이후 나주전화국으로 처음 발령났을 때도 목민심서를 정독하고 갔다”고 말했다.
윤 전 차관은 “대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만큼 정치인들도 정약용의 철학에 비춰 한국의 미래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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