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시대에 부품회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열 관리입니다. 마지막 1도의 차이를 잡는 회사가 승기를 잡을 겁니다.”
한국 자동차 내장재 전문기업 NVH코리아의 구자겸 회장은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의 열 관리 중요성을 언급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NVH코리아는 자동차 내장재 1위 기업이다. 회사 이름도 차량의 소음(noise)과 진동(vibration), 불쾌감(harshness), 열(heat)을 잡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구 회장은 “전기차 배터리가 최적의 효율을 보이는 온도는 약 24도로 이를 벗어나면 주행거리와 충전효율이 급격하게 떨어진다”며 “반도체·배터리 공장을 세우는 기술을 활용해 전기차의 마지막 1도까지 정밀하게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열 관리의 핵심 HVAC
NVH코리아는 엔진룸 격벽부터 바닥 패드까지 30개 이상의 품목을 생산해 전량 현대자동차와 기아에 납품한다. 현대차·기아가 세계에서 생산하는 차량의 절반가량에 NVH코리아 내장재가 들어간다. 작년 매출은 연결 기준 9590억원. 올해 매출 1조 클럽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미국 아이오와대 기계공학 박사 출신인 구 회장은 현대차 쌍용자동차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장인인 고(故) 유희춘 한일이화 명예회장을 도와 자동차 내장재를 연구했다. NVH코리아 전신 일양산업 지분을 인수해 1999년 독립했다. 자동차 부품기업을 차례로 인수하며 부품 전문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구 회장은 회사의 기틀을 닦자마자 기술연구소부터 세웠다. 그는 “완성차회사로부터 연구소가 없는 기업엔 일감을 줄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자존심이 너무 상했다”며 “명색이 공학박사인데 연구소가 없다고 무시당할 수는 없었다”고 했다. 그는 자동차 부품업계 최고 연구소를 짓겠다는 생각에 2000년 경기 남양주에 8200㎡ 규모 연구소를 세웠다. 다른 부품회사의 공장 부지 수준이다. 구 회장은 “직원 30여 명과 매일 저녁 짜장면을 먹으면서 연구했다”고 했다.
이제 완성차회사들은 새로운 차종을 개발하면 위장막을 씌워 NVH코리아 연구소로 보내는 수준이 됐다. NVH코리아는 소재부터 디자인까지 완성차회사들에 제안한다. 그는 “헤드라이너부터 엔진룸까지 30여 개 부품을 종합해 최적의 결과물을 모듈로 생산하면서 창업 20여년 만에 매출 1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전기차 시대 성장 이어갈 것
구 회장은 전기차 시대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가솔린·디젤차와 비교해 전기차의 내장재는 큰 변화가 없다”며 “전기모터 소음이 기존에 비해 조금 더 고주파로 올라간다는 정도로 이에 대한 대비는 모두 마친 상황”이라고 했다. 오히려 기존에는 전·후륜구동의 차이 때문에 차종별로 달리 제작해야 했던 내장재를 전기차 시대에는 평평한 바닥의 단일 차체용으로 통일하면서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했다.구 회장은 최근 개발을 마친 ‘열 관리 시스템(HVAC)’에 자부심을 보였다. 전기차용 HVAC는 배터리 케이스에서 시작한다. 케이스를 파이프로 둘러싸고 액체로 된 냉매를 순환시킨다. 배터리가 뜨거워지면 냉매가 순환하는 밸브가 열리며 열을 식힌다. 너무 차가운 경우엔 반대로 따뜻하게 데운다.
NVH코리아는 2018년 클린·드라이룸 전문기업 원방테크를 인수하며 HVAC 핵심 기술을 확보했다. 원방테크는 항상 일정한 온도가 유지돼야 하는 반도체·배터리 공장을 시공하는 회사다. 구 회장은 “HVAC를 아파트만 한 크기의 공장용부터 작은 배터리 케이스용으로도 제작할 수 있는 기업은 NVH코리아가 유일하다”고 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