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앤드루 왕자가 미성년 성폭행 혐의로 피소되는 등 성추문에 휩싸인 가운데 그가 영국이 아닌 대서양을 건너 미국 법정에 서게 될 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일간 가디언은 10일(현지시간) 각계 변호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소송의 배경과 전망 등에 대해 보도했다.
쉬쉬하며 묻히거나 공소시효 만료 등으로 덮어질 줄 알았던 이번 사건이 소송으로 성사된 배경에는 앞서 뉴욕 주지사인 앤드루 쿠오모가 2019년 서명했던 '아동 피해자 법'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 법은 아동 성범죄·학대 등의 공소시효를 대폭 연장해주는 것으로, 원래는 지난해 만료되는 한시법이었으나 쿠오모 주지사는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올해 8월 14일까지로 연장됐기 떄문.
이에 따라 고소인인 버지니아 주프레는 17살이던 2001년 앤드루 왕자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소송을 법이 만료되기 직전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 제출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법무법인 리드스미스의 리처드 스패포드 변호사는 "이론적으로는 영국에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혐의상 시점으로 볼 때 앤드루 왕자가 공소시효 만료를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며 영국에서 소송을 제기할 수 없었던 이유를 전했다.
또한, 영국에 있는 앤드루 왕자에게 미국 법 절차가 어디까지 적용될지도 관심 대상이다. 스패포드 변호사는 "소송이 진행되면서 법원이 전화 기록, 일지, 녹취록 등 관련 자료 제출을 명령할 권한이 생길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앤드루 왕자에게도 구두 진술을 요청할 수 있지만 이를 강요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가디언은 내다봤다.
법무법인 블룸의 한 변호사는 "상대방이 다른 나라에 있을 때는 소장을 전달하는 게 쉽지 않다"면서 "해외로 소장을 보내는 절차가 있긴 하지만 복잡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앤드루 왕자가 미국으로 건너가는 시나리오 역시 쉽지 않다. 스패포드는 "만약 그가 미국으로 간다면, 이는 자신이 뉴욕 법원 관할에 있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앤드루 왕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차남으로, 미국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미성년 성범죄 사건과 관련해 입방아에 올랐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인 엡스타인은 20여 명의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2019년 7월 미국에서 체포됐다가 교도소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앤드루 왕자를 고소한 주프레는 엡스타인 사건의 핵심 증인이기도 하다.
주프레는 앤드루 왕자가 앱스타인과 연인 관계였던 길레인 맥스웰의 런던 집에서, 또 엡스타인의 맨해튼 자택에서 각각 자신에게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