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후 이틀간 급등하던 카카오뱅크도 이날 급락세로 돌아섰다. “현재 주가는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올 하반기 공모주 가운데 최대어로 꼽히는 두 종목의 상장 초 주가 흐름이 공모주 열풍이 한풀 꺾인 것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앞둔 회사들이 덩달아 긴장하는 모양새다.
크래프톤 흥행 실패
크래프톤은 이날 시초가 대비 1.23% 오른 45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공모주를 받은 투자자들은 하루 만에 8.83%의 손실률을 기록하게 됐다. 공모가(49만8000원)보다 9.93% 낮은 44만8500원에 시초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이날 장중에는 공모가 대비 20% 가까이 빠진 40만5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외국인은 1627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차익실현에 집중했다. 기관과 개인은 각각 1034억원, 124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장 막판 외국인이 매도한 물량을 개인들이 빠르게 담으면서 주가가 상승 전환했다.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크래프톤은 시가총액 22조1997억원으로 국내 게임주 가운데 대장주에 등극했다. 엔씨소프트(17조8925억원)보다 높다. 글로벌 주요 게임주(텐센트 제외) 가운데서도 5위권에 드는 수준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처음부터 공모가를 너무 높게 잡았을 뿐 현 시총이 결코 적은 건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크래프톤과 마찬가지로 고평가 논란이 있었던 카카오뱅크는 지난 6일 상장한 뒤 이날까지 공모가(3만9000원) 대비 83.07% 올랐다. 이날 9.04% 떨어지면서 조정을 받았지만 시총이 33조9222억원으로 금융주 가운데서 가장 높다. 증권업계에서는 플랫폼 확장성과 경쟁사 대비 차별점 유무 등을 크래프톤과 카카오뱅크의 기업공개 성적을 가른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주가가 적정한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크래프톤 주가 전망은
전문가들은 변수가 많아 크래프톤의 향후 주가 흐름을 읽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유통 주식 수가 많은 것은 부정적이다. 크래프톤의 상장일 기준 유통 주식 비율은 39.05%로 카카오뱅크(22.6%), SK아이이테크놀로지(15.04%), SK바이오사이언스(1.63%) 등 기존 공모주보다 높다. 기관들의 보호예수 물량은 45%가량에 불과하다.코스피200과 MSCI신흥국지수에 조기 편입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코스피200은 다음달 10일에 편입될 가능성이 있다. MSCI지수는 오는 23일 장 마감 후에 정기 변경에 따른 조기 편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두 지수에 편입되면 추종 자금이 매수세로 유입되면서 주가 흐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펀더멘털(실적 기반)과 관련한 변수들도 있다. 게임주 주가의 최대 변수인 신작 출시가 예정돼 있다. 올 4분기 ‘배틀그라운드-뉴스테이트’를 출시한다. 신작이 기대 이상으로 흥행하면 주가가 급등할 수 있다. 목표 주가로 가장 높은 72만원을 제시한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신규 게임 성공으로 기업가치가 더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흥행을 감안하더라도 주가가 너무 고평가라는 반론도 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신작 출시에 따른 매출 다변화를 고려해 단일 사업을 영위하는 게임업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카카오페이·LG엔솔 덩달아 긴장
크래프톤이 흥행에 실패하자 하반기 기업공개를 앞두고 있는 기업들도 긴장하고 있다. 카카오페이도 금융당국으로부터 기업가치 산정 과정에 대한 정정 요구를 받고 상장이 연기된 상태다. 9월 말~10월 초부터 절차가 재개되면 4분기에 상장이 가능할 전망이다.기업가치 100조원 기대까지 나오는 LG에너지솔루션도 10~11월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중국 CATL, 삼성SDI 외에 LG에너지솔루션과 직접 비교 가능한 순수 배터리 업체를 찾기 어렵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