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학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성과를 홍보하고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해선 “장점인 추진력을 내세워야 한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에는 “1인자로서의 색깔을 드러낼 한방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홍 전 장관은 지난 8~9일간 <민주당 지지자를 위한 경선 중간평가>라는 제목의 글을 자신의 SNS에 연달아 올렸다.
홍 전 장관은 가천대 경제학과 교수를 역임한 소장파 학자 출신으로 19대 국회에서 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을 지냈다. 민주당에선 정책위원회 의장, 디지털소통본부장 등으로 활동해 대표적인 ‘정책통’으로 꼽힌다. 2017년 11월에 문재인 정부 초대 중기부 장관으로 임명돼 2019년 4월까지 재직했다.
문재인 정부 정책 공과가 대선 핵심
홍 전 장관은 대선 레이스에서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여의도 문법에 의한 해설은 우상호 민주당 의원이 최고”라면서 “여의도에선 정책을 중시하지 않고 특히 당내 경선에서는 정책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하지만 내 견해는 다르다”고 했다.이어 “대통령 선거는 장기 레이스와 같다. 선거를 함께 하면서 국정의 비전과 정책을 다듬고, 이를 위한 팀워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전제한 뒤 “좋은 팀이 만들어지면, 선거가 끝나고 국정을 수행할 때 무리 없이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홍 전 장관은 상대방인 국민의힘에 대해선 “4년간 정부 여당을 흠집내기에 바빴고 지금도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박한 평가를 내렸다. 그는 “정책이 없으니 인물로 승부해야 했다”며 “그래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문재인 정부 인사(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를 영입했는데 며칠 만에 그들의 실력이 드러났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현재 드러난 보수 야당의 전력으로 볼 때, 정부 여당에 대한 비판 외에 자체적인 대안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결국 이번 대선은 문재인 정부의 공과에 대한 평가에 달렸다는 것이 홍 전 장관의 분석이다. 그는 “흔히 정치평론가들은 대선은 미래 비전에 대한 평가라고 하지만, 여당의 경우에는 다르다”며 과거 김대중-노무현, 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지는 정권 재창출 사례를 거론했다.
홍 전 장관은 “현재 민주당에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은 만큼 공은 이어받으면서 과에 대한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는 수밖에 없다”며 “경선 주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성과를 홍보하고,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재명, 인내력 테스트 휘말리면서 실점"
이재명·이낙연 후보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도 내렸다. 홍 전 장관은 우선 이재명 지사에 대해 “자기 병력(열성적인 지지층)을 가지고 있는 후보”라며 “현재 여야를 막론하고 자기 병력을 보유한 후보는 이재명이 유일하다”고 치켜세웠다.이 지사의 장점으로는 계곡을 도민의 품으로 돌려준 ‘추진력’을 내세웠다. 단점으로는 ‘불안정성’을 거론했다.
홍 전 장관은 “제대로 개혁정책을 펴면 잘 할 것 같으면서도, 반대론자들과 격렬하게 부딪칠 것 같은 느낌도 있다”며 “그런 점에서 1차 경선 당시 이재명 캠프는 전략적 실책을 범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선두 주자로서 웬만하면 웃어넘기는 작전을 채택했지만 최고의 정치인들인 다른 후보들이 어디까지 웃고 넘기는지 인내력 테스트에 들어갔다”며 “여기에 휘말리면서 별 소득 없이 1차 경선을 마쳤다”고 꼬집었다.
특히 홍 전 장관은 “지지층이 기대했던 기본소득에 대해 후퇴한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실점을 하고 말았다”며 “2차 경선에서도 서민들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기 보다는 표계산에 의한 정략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일갈했다.
그는 “문재인과 겹쳐지는 이낙연의 지지율을 떨어뜨리기 위해, 문재인과 이낙연을 분리시키려는 어설픈 작전을 폈다”며 “대통령의 올바른 지시를 이낙연 책임총리가 제대로 실행해 내지 못해 부동산 대책이 실패했다고 주장했지만 책임총리의 역할을 아는 사람들의 입장에선 얍삽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지사직 사퇴 논란에 대해선 “이재명에게 지사직을 사퇴하라는 요구는 무례한 일”이라면서도 “다른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지사직을 사퇴하라고 권하고 싶다”고 제언했다.
"이낙연 단답형 답변에 시청자도 답답"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와 장관으로 인연을 맺은 이낙연 전 대표에 대해선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로 이낙연을 임명한 것은 신의 한수였다”고 평가했다.홍 전 장관은 정권 초기 이 전 대표가 야당의 비판을 촌철살인으로 맞받아친 점을 거론하면서 “야당의 비난을 품위있게 무력화시키는 모습에 지지자들은 열광했고 정치 무관심층에도 상쾌한 자극이었다”며 “일약 그는 국민적 스타가 됐다”고 회고했다.
이 전 대표의 장점으로는 역시 ‘안정감’을 꼽았다. 홍 전 장관은 “그가 대통령이 되면 국정 운영에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여도 야도 싫은 태도를 중시하는 무당층에게 이낙연은 호소력이 있다”고 치켜세웠다.
단점으로는 ‘무엇을 할 것인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언급했다. 홍 전 장관은 “민주당의 진보적 지지층들에게 이낙연은 조금 아쉽게 느껴진다”며 “1차 경선에서 이낙연은 특유의 안정감을 보였으나 국회에서 하듯 단답형 답에 치중했다”며 “시청자들을 답답하게 하고 자신만의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는 데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에게 “문재인 정부의 치적을 설득력있게 대중에게 알리는 역할을 했어야 했다”고 조언했다. 홍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성과를 본인의 성과로 가져오기에 그만큼 적절한 후보는 없다”며 “그렇다면 적극적으로 치적을 홍보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낙연 캠프의 이 지사를 향한 네거티브 공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홍 전 장관은 “중후한 안정감을 자랑하는 이낙연에게 네가티브는 어울리지 않는다”며 “여의도의 정석을 후보에게 맞추려 하면 자꾸 어울리지 않는 옷처럼 보이게 된다”고 덧붙였다.
홍 전 장관은 “이낙연에게는 삶과 꿈이 묻어 있는 한방이 필요하다”며 “이낙연이 대통령이 되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참모들에게 진솔하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