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10일 사전연습이 시작된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자멸적인 행동”이라고 맹비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위임으로 담화를 발표했다는 것을 강조한 김여정은 주한미군 철수까지 주장하며 추후 도발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김여정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이번 합동군사연습은 우리 국가를 힘으로 압살하려는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가장 집중적인 표현”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연습의 규모가 어떠하든, 어떤 형식으로 진행되든 우리에 대한 선제타격을 골자로 하는 작전계획의 실행 준비를 보다 완비하기 위한 전쟁 시연회, 핵전쟁 예비연습”이라며 대폭 축소해 진행되는 이번 한·미 연합훈련도 ‘북침 연습’이라는 기존 주장을 거듭 강조했다.
연합훈련 시행을 비판한 김여정은 주한미군 철수도 주장했다. 김여정은 “미군이 남조선에 주둔하고 있는 한 조선반도 정세를 주기적으로 악화시키는 화근은 절대로 제거되지 않을 것”이라며 “조선반도(한반도)에 평화가 깃들자면 미국이 남조선에 전개한 침략 무력과 전쟁 장비들부터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마다 3월과 8월이면 미국과 남조선의 전쟁 광기로 말미암아 조선반도와 그 주변지역의 군사적 긴장과 충돌위험이 격발되고 있다”며 한반도 정세 불안정의 핵심 원인이 연합훈련에 있다고 주장했다.
김여정은 이날 “나는 위임에 따라 이 글을 발표한다”며 김정은의 뜻에 따라 발표한다는 점도 시사했다. 김여정이 지난 1일 담화에서는 똑같이 연합훈련 취소를 압박하면서도 “나는 분명 신뢰 회복의 걸음을 다시 떼기 바라는 북남 수뇌들의 의지를 심히 훼손시키고 북남 관계의 앞길을 더욱 흐리게 하는 재미없는 전주곡이 될 것”이라며 자신의 메시지임을 강조한 것과 대조된다.
연합훈련을 구실로 무력 도발을 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김여정은 “거듭되는 우리의 경고를 무시하고 강행하는 미국과 남조선 측의 위험한 전쟁 연습은 반드시 스스로를 더욱 엄중한 안보 위협에 직면하게 만들 것”이라며 “그 어떤 군사적 행동에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국가방위력과 강력한 선제타격 능력을 보다 강화해나가는 데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실은 말이 아니라 실제적인 억제력만이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할 수 있으며 우리에게 가해지는 외부적 위협을 강력하게 견제할 수 있는 힘을 비축하는 것이 우리에게 있어서 사활적인 요구로 나서고 있다는 것을 반증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의 핵 선제 및 보복 타격 능력 고도화는 방어적인 것이고 한·미의 연합훈련은 공격적이라는 북한의 주장은 ‘내로남불’ 식의 이중잣대에 근거한 모순된 논리”라며 “김여정의 이번 메시지에 지나치게 과민반응하지 말고 긴 호흡과 대전략을 갖고 일관성 있게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분석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