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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시계' 다시 돌아가지만…가석방으론 경영활동 제약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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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순간에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돌아온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활동 범위가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은 아쉽다.”

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의 가석방 결정이 발표된 후 삼성 안팎에서 나온 공통된 반응이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전쟁과 경쟁 기업의 전방위 공격에 휩싸인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중심 역할을 해 줄 것으로 본 것이다. 법무부도 가석방을 발표하면서 이 부회장의 경영활동을 보장하겠다는 뉘앙스를 내비치기도 했다. 다만 경제계에선 여전히 ‘사면’이라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경영활동, 길은 열렸지만…
이 부회장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및 횡령)으로 지난 1월 대법원 상고심에서 2년6개월의 실형이 확정됐다. 특경가법 14조에 따르면 형 집행이 종료된 날로부터 5년간 취업이 제한된다. 시민단체들은 이를 근거로 이 부회장이 유지하고 있는 ‘부회장’ 직함을 내려놔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경제계의 해석은 다르다. 이 부회장이 2019년부터 무보수 미등기임원으로 일해왔고, 수감 중에도 직함을 유지한 만큼 취업 제한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가석방을 이유로 자리를 내놓을 법적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한 경제계 관계자는 “선례를 감안할 때도 미등기임원으로 경영활동을 재개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도 “‘국가적 경제 상황을 고려했다’는 법무부의 발표문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오히려 이 부회장이 경제 회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가석방이라는 제도적 한계는 이 부회장의 활동 반경을 제한하는 장애물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선 해외 출장 시 사전 신고를 하게 돼 있어 이 부회장이 그동안 쌓은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어렵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과거 일본과의 무역 갈등으로 글로벌 소재·부품·장비 기업을 섭외할 때도 관련 회의가 있던 날 바로 임원들이 해외 출장을 떠났다”며 “이전과 같은 발 빠른 행보가 가능할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거주지 제한은 받지 않겠지만 가석방 후 삼성 사옥으로 출근해 경영진과 경영전략을 공개적으로 논의하거나 다른 그룹과 공동 사업을 위한 협의를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산적한 내부 과제 해결 ‘급선무’
활동 범위가 제한된 이 부회장에겐 그동안 쌓인 현안이 산적해 있다. 삼성전자가 ‘총수 부재’ 상황에서 발목이 묶여 있는 동안 미국 인텔과 대만 TSMC는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이 반도체 패권을 잡기 위해 국내외 반도체 기업에 대한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은 만큼 이 시기를 적극 이용하겠다는 심산이다.

TSMC는 최근 독일에 반도체공장 설립을 위한 평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앞서 올초에는 2024년까지 1280억달러(약 147조원)를 들여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인텔도 지난 3월 200억달러(약 22조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새로운 파운드리 두 곳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반면 삼성전자는 2017년 미국의 전장업체 하만 인수 이후 조(兆) 단위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키지 못하고 있다. 대규모 해외 투자 역시 답보 상태다. 급기야 6월에는 스마트폰 세계 1위 자리도 중국 샤오미에 처음으로 내줬다.
온전한 경영 복귀 이뤄져야
이 부회장 가석방 소식에 삼성전자는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내부에선 “급변하는 시장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며 경영 정상화 가능성에 안도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경제계도 일제히 환영한다는 반응을 내놨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논평을 통해 “법무부의 (가석방) 결정을 적극 환영한다”며 “우리나라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나아가 새로운 경제질서의 중심에 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가석방은 취업 제한, 해외 출장 제약 등 여러 부분에서 경영활동에 어려움이 있어 추후에라도 최대한의 행정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사면과 복권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내년 7월 형기 만료 전에 온전한 경영 복귀의 길을 터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광복절 사면이 이뤄지지 못한 것에 대해 “물리적으로 (검토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선 청와대가 이 부회장의 활동 성과를 본 뒤 연말 특별사면을 내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박신영/이수빈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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