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회복세를 타고 상승세를 이어가던 고철(철스크랩) 가격이 폭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내 최대 철강회사 포스코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고철 사용 비중을 늘린 여파다. 고철 가격 상승은 이를 원료로 하는 철근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올 7월 마지막 주 기준 국내 중량A 고철 평균 가격은 t당 54만5000원으로 1월 첫째주(40만1000원)보다 36% 상승했다. 작년 7월 말(25만4000원)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비싼 가격이다. 중량A는 상태가 좋은 철근이나 H빔 조각으로 구성된 고철로 국내 철강업체들이 전기로 가동에 활용하는 원재료다.
업계에선 국내외 철강사들의 탄소중립 행보가 고철가에 불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철강업체들은 철광석을 코크스로 녹여 쇳물을 만든다. 탄소 배출의 주범은 석탄의 일종인 코크스다. 업계에서는 고민 끝에 철광석과 코크스 투입량을 줄이고 고철 비중은 늘리는 방식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시작했다.
태풍의 중심엔 포스코가 있다. 포스코는 지난달 22일 2분기 기업설명회에서 탄소 배출 절감을 위해 고철 활용 비율을 15%에서 20%로 올려서 조업 중이라고 밝혔다. 2025년까지 이 비율을 30%로 높이는 기술을 개발하고 고철을 주로 쓰는 전기로 도입을 검토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세계 조강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철강 업체들의 움직임도 고철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 초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현재 10%인 전기로 생산 비중을 2025년까지 20%, 2030년까지 40%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업계는 건설 비수기인 혹서기에도 오른 철근 가격이 건축 현장 공사 재개와 맞물려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 5일 관계 부처 회의를 열고 철강 업체들에 국내 공급 물량 확대 등을 요청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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