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원칙에 기반한 금융 감독에 주력하겠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내정자가 5일 내정 소감문에서 밝힌 첫 번째 감독 원칙이다. 전임 윤석헌 원장 시절 잇단 ‘최고경영자(CEO) 때리기’에 시달려 왔던 금융권은 반기는 모양새다. CEO 때리기식 무더기 중징계가 이뤄져온 가운데 무리한 감독 관행을 개선하고 안정·관리형 리더십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다.
이날 은성수 위원장은 정 내정자를 신임 금감원장으로 제청했다. 인사청문회 없이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하면 임기를 시작한다. 현 정부 들어 첫 관료 출신 금감원장이 된다. 청와대가 교수 출신 대신 관료를 낙점한 것은 시장과 더 친밀하게 소통하라는 주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내정자는 소감문에서 “대내외 여건이 녹록지 않은 만큼 관계 기관과 협력하며 리스크 요인들을 관리해 나가겠다”며 “금융감독의 방향성을 현시점에서 재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과 원칙’을 가장 먼저 내세운 것은 전임 원장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겠다는 의지로 평가된다. 윤 원장은 잇단 사모펀드 손실 사태 이후 각 금융회사 CEO에게 줄줄이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내렸다. 이 과정에서 금융사의 법적인 내부 통제 책임을 확대 해석하면서 이에 대한 행정 소송이 진행 중이다.
정 내정자는 또 “제재 등 사후적 감독과 함께 선제적 지도 등 사전적 감독을 조화롭게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전적 감독을 언급한 것은 사모펀드 등 잇단 금융사고에서 금감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일각의 비판을 고려했을 것”이라며 “무조건 제재를 위한 감독 대신 합리적인 감독 관행이 자리잡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정 내정자가 변화보다는 안정에 방점을 두고 관리형 리더십을 추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모펀드 사태 수습, 암호화폐 단속, 노조와의 문제 해결 등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기 때문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와는 행시 28기 동기인 데다 금융위에서 오랫동한 호흡을 맞춰왔다. 금융사 한 고위임원은 “금융위와 금감원의 불협화음에 따른 금융사들의 혼란과 피로감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내정자
△1961년 출생
△대일고,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경제학 박사
△행정고시 28회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사무처장, 부위원장
△기획재정부 차관보
△외교부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대사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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