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최근 오리지널 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간 교차처방을 처음 승인하면서 바이오시밀러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이란 기대에서다.
5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FDA는 지난달 말 미국 제약회사 비아트리스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인 셈글리에 대해 교차처방을 승인했다. 비아트리스는 화이자업존과 마일란이 합병해 지난해 11월 공식 출범했다. 셈글리는 프랑스 사노피의 당뇨병 치료제인 란투스(성분명 인슐린글라진)의 바이오시밀러다.
FDA의 이번 결정은 의사 개입 없이 약사가 오리지널인 란투스 대신 바이오시밀러인 셈글리를 환자에게 제공해도 된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FDA가 허가한 바이오시밀러 29개 가운데 교차처방을 승인한 것은 셈글리가 처음이다. 셈글리는 지난해 6월 FDA로부터 바이오시밀러 허가를 받은 지 11개월여 만에 교차처방 추가 승인까지 받아냈다.
국내 바이오시밀러업계는 미국 내 바이오시밀러 사용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전무는 “바이오시밀러를 둘러싼 의료계의 부정적 인식을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을 시작으로 유럽에서도 교차처방이 시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국내 바이오시밀러 업체들이 당장 교차처방 승인 신청에 나설지는 불확실하다. FDA 지침에 따르면 교차처방 승인을 위해서는 바이오시밀러 허가를 위한 임상과 별개로 오리지널과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교대로 투여해도 안전성과 효능에 차이가 없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임상 비용이 더 들 수밖에 없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기존 바이오시밀러 제품에 대해 추가로 교차처방 승인을 받기 위한 계획은 아직 없다”며 “막대한 비용을 들여 교차처방을 승인받기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임상과 신규 파이프라인 발굴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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