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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갱신 하려면 날 동거인으로 올려달라"…집주인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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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0월 임대차 계약 만료를 앞둔 대기업 직장인 윤모씨(33)는 전세계약갱신권을 청구했다가 집주인으로부터 황당한 요구를 받았다. 계약갱신을 해주는 대신 집주인 이름을 '동거인'으로 올려달라는 내용이었다.

현재 서울 구로동 소재 아파트에서 전세를 살고 있는 윤씨의 보증금은 3억원 선이다. 이미 같은 단지의 전세 시세는 4억원대 중반 이상으로 치솟은 상황. 집주인 요구에 구미가 당기긴 했지만, 불안한 마음에 윤씨는 결국 계약갱신을 포기했다.

윤씨는 "집주인도 양도소득세만 작년에 비해 4000만원 넘게 올랐다며 실거주 요건을 채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하더라"며 "새로 전세를 구하러 주변 아파트 몇 군데를 돌아다녔는데 양도세 이유로 전입신고를 요구하는 집들이 종종 있었다"고 전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에서 집주인의 '위장전입' 사례가 늘고 있다. 집 팔 때 차익에 부과하는 양도세 비과세 요건에 실거주 요건이 강화됨에 따라 '꼼수 전입'으로 세금을 아끼기 위해서다. 임대차법 등 정책의 영향으로 전세 물량이 줄어 임대인 우위 시장이 지속되는 점도 위장전입을 늘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5일 구로구와 노원구 도봉구 금천구 등 서울 외곽지역 일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전세 신규 계약이나 재계약을 하는 물건 중 30~40% 가량은 집주인이 전입신고를 요구하는 주택이다. 양도세를 감면받기 위해 집주인이 편법으로 위장전입을 하는 것이다. 이 일대 아파트들은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기준액인 9억원(현행 기준) 이하 선에서 매맷값이 형성돼 있다. 2년을 거주할 경우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위장전입은 주민등록법 위반으로 최대 징역 3년 이하다. 하지만 실제 처벌받는 경우가 드물어 현장에선 사례가 줄지 않는 분위기다. 집주인이 동거인(세대원)으로 전입신고를 하는 게 대표적 위장전입 사례다. 대신 집주인은 전세보증금을 시세보다 낮춰주는 '당근'도 제시한다.

일부 집주인은 조건을 거부하면 "다른 세입자를 구하겠다"며 엄포를 놓기도 한다. 세입자의 전입신고를 아예 못하게 하는 집주인도 있다. 실거주는 세입자가 하되 전입신고는 집주인이 하는 식이다.

서울 노원구에서 전세 계약 종료를 2개월여 앞둔 신혼부부 한모씨(32)는 "최근 집주인으로부터 위장전입 요구를 받았는데 이를 거절하자 집주인이 곧바로 '계약 종료 후 나가 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했다.


정부는 2017년 ‘8·2 대책’에서 1가구1주택자도 2년 이상 거주해야 양도세를 면제받게 했다. 2018년 '9·13 대책'에서는 장기보유특별공제 요건에 2년 실거주 요건이 추가됐다. 2019년 '12·16 대책'에서는 장기보유 최대 공제율(80%) 요건이 '10년 보유'에서 '10년 거주'로 바뀌었다. 불가피한 이유로 본인 소유가 아닌 집에서 전세살이하던 집주인이 실거주 요건을 채우려 각종 꼼수를 양산하게 된 배경이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6월부터는 지난해 7·10 대책을 통해 예고했던 양도세 중과 조치가 시행돼 세율이 최고 75%까지 올랐다. 6개월간 유예된 다주택자와 단기거래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조치가 시행됐기 때문이다.

이 조치로 보유만 할 경우엔 차익 대부분을 세금으로 내게 됐다. 예컨대 3억원에 산 아파트를 8억원에 팔아 5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 해도 보유기간이 1년 미만인 경우엔 지방세를 포함해 3억8000만원 이상의 양도세가 부과된다. 이 경우의 양도세율이 기존 40%에서 70%로 뛰었기 때문이다. 1년 이상∼2년 미만 보유한 경우 양도세율도 60%로 세 부담만 3억3000만원가량이다.

작년 7월 계약갱신청구권 등을 담은 임대차 3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전셋값도 무섭게 치솟았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최근 1년간(2020년 6월~2021년 6월)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17.86%로 이전 3년치 상승분(4.44%)의 4배 수준이다.

전세 매물이 품귀현상을 빚는 탓에 세입자들은 마지못해 집주인 요구를 따를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됐단 얘기다. 서울 은평구 O공인 관계자는 "지금처럼 전세 매물이 거의 없는 상황에선 집주인이 부당한 조건을 내걸더라도 대다수 세입자들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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