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03일(08:21)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신용카드사들이 올들어 기업어음 발행을 급격히 늘리고 있다. 여전채 발행도 전년대비 소폭 늘어난 가운데 어음까지 늘린 것은 금리가 오르기 전에 미리 낮은 금리로 조달을 하려는 수요가 대폭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카드사들이 몸집불리기 경쟁을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3일 한국예탁결제원 등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최근 6개월 사이 기업어음 2조8000억원 규모를 발행해, 전년 동기 1조3500억원의 두 배가 넘었다. 삼성카드는 만기 4~7년의 장기어음으로만 1조2000억원 규모를 발행했다. 이 회사는 작년 같은 기간 기업어음 발행이 2000억원에 불과했다. 업계 3위 국민카드 역시 같은 기간 기업어음을 1조7500억원 발행했다. 전년 6100억원의 세 배 가까운 규모다.
카드사들은 빠르게 늘어나는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의 대출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중장기 어음을 발행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카드사들은 돈을 빌려 결제대금을 지급하고 대출을 해준다. 최근 신용카드사들은 단기 운전자금에 사용하는 유동화증권(ABS) 발행은 크게 늘리지 않고, 어음과 회사채 발행은 늘렸다.
지난 1분기까진 낮은 금리를 활용한 여전채 발행이 활발했다. 그러나 금리 인상 우려가 커지면서 사채 인수물량이 한정돼있는 투자 기관들의 움직임이 둔해지자 카드사들은 기업어음 시장으로 대거 몰려갔다. 회사채 단기물 금리가 올라 기업어음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아진 것도 카드사들의 기업어음 발행 증가의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카드사들이 좋은 실적을 내고 있어 앞으로 자산 확대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신한카드는 당기순익이 3672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1.4%늘어났고, 삼성카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6.7%늘어난 282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국민카드는 당기순익이 1638억원에서 2528억원으로 1년새 54.3%나 늘어났다. 카드사들의 여신 증가에 비해 이자비용(영업비용) 증가폭이 적어 마진이 급상승했다. 할부 매출이 늘어난데다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등의 증가도 카드사의 순익 확대에 한몫 했다. 연 1~2% 금리로 조달한 자금으로 평균 연 10%대 금리의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등의 대출을 해주면 자산이 소폭 늘어도 수익성은 수직상승한다.
다만 정부의 코로나19 채무자의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 유예 조치는 카드사 영업의 변수로 지목된다. 은행 등 1금융권에서도 대출상환 유예 조치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카드사들이 예상한 잠재부실규모보다 실제 부실이 클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코로나19 상황에 익숙해지다보니 카드사 내부에서도 적극적으로 영업을 하자는 의견이 우세해질 수 있다"며 "미리 자금을 확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급속하게 여신을 늘리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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