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는 우리가 지향하는 미래이자 페이스북의 다음 장(章)입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8일 콘퍼런스콜에서 이렇게 말했다. 페이스북을 메타버스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시키겠다는 것이다.
차세대 인터넷 기술로 메타버스를 주목하고 있는 건 비단 저커버그뿐만은 아니다. 벌써 국내외 주식시장은 메타버스 시대가 확장된다는 것에 베팅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메타버스에 투자한다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한 미국 관련 기업에 투자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메타버스株 폭등…맥스트는 ‘따상상상’
7월 이후 국내 메타버스 관련주는 고속질주 중이다. 자이언트스텝은 7월 이후 지난 2일까지 42.60% 오르며 7만9000원을 기록 중이다. 자이언트스텝은 에스엠 소속 아이돌 그룹 에스파의 버추얼 아바타를 제작한 업체로 메타버스 대장주로 꼽힌다. 자이언트스텝의 시가총액은 한때 1조원을 넘기기도 했다. 시각특수효과(VFX) 기술을 구사하는 위지윅스튜디오와 덱스터도 같은 기간 16.97%, 29.98% 올랐다. 7월 급상승을 이어간 뒤 현재 주가는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고점 부근에 있다.메타버스 관련주의 투심을 자극한 건 맥스트의 기업공개(IPO)였다. 지난달 27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증강현실(AR) 플랫폼 기업 맥스트는 ‘따상상상’(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결정된 후 3거래일 연속 상한가)을 기록하며 상장 이후 311.33% 오른 상태다. 2015년 이후 따상상상을 기록한 종목은 SK바이오팜 등 5개 종목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많은 관심이 쏠렸는지 알 수 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도 메타버스 관련주 주가를 끌어올렸다. 시장이 방향을 잡지 못하는 사이 메가트렌드로 발전할 것이 확실시되는 테마인 메타버스에 관심이 집중됐다는 얘기다. 다시 언택트 관련주가 각광받기 시작한 것도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로블록스 다음은 VR·AR
메타버스가 새로운 트렌드가 될 것이란 데 이견은 없다. 그렇다면 어디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질문이 따라온다. 증권가에선 국내 메타버스 관련주 주가가 기대감에 단기간 폭등했다며 다소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아직 메타버스 관련 사업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기업이 적다는 점도 걸림돌로 분석된다. 한 대형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초기에 특이한 테마가 나오면 시장이 (펀더멘털과 관계없이) 강하게 반응하곤 한다”고 말했다.시장 전문가들은 메타버스에 투자한다면 미국 종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얘기한다. 미국 기업 중 메타버스 사업을 구체적으로 펼치는 곳이 적지 않아서다. 이미 대규모 이용자를 모으고 있는 로블록스도 있고, 가상현실(VR) 연구 기업인 오큘러스를 사들이며 관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페이스북도 있다.
특히 VR·AR 사업에 관심을 두는 전문가도 있다. 로블록스 등 콘텐츠 기업은 백신 접종률 상승으로 이용 지표가 둔화되고 있을 뿐 아니라 작년 팬데믹(대유행) 기저까지 더해져 성장률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과거 한 차례 기대감으로 주가가 올랐던 것도 향후 기대치를 낮추는 요소다.
정은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메타버스 사이클의 차기 주자는 현실에서 가상세계로 인도할 유형의 연결매개체, 즉 하드웨어가 될 것”이라며 “2022년은 페이스북과 애플의 VR·AR 디바이스가 대중화의 첫발을 내딛는 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 연구원은 페이스북,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를 메타버스 관련 ‘톱픽’으로 꼽았다. 애플은 AR글라스로, 페이스북은 오큘러스 퀘스트로, MS는 홀로렌즈를 통해 메타버스를 현실로 끌어들이고 있다.
편리한 투자를 원한다면 국내외 펀드로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라운드힐 볼 메타버스 ETF’(티커명 META)는 엔비디아, 텐센트, MS, 로블록스 등 메타버스 생태계와 관련된 종목에 투자한다. 국내에서는 ‘KB글로벌메타버스경제’나 ‘삼성글로벌메타버스’ 등 펀드를 통해 미국 메타버스 관련 기업에 간접 투자할 수 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